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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엽기 연쇄살인 ‘제2 유영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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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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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예슬양의 나머지 시신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3일째 계속됐다. HID 특수작전 임무수행 회원들이 19일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 상류 하수구 속을 뒤지며 유기된 우양의 시신을 찾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제3의 혈흔’까지 발견됐다. 성폭행을 한 적도 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경기도 서남부 연쇄 실종 사건과 맞닿은 점이 많다. 모두 우연인가. 아니면, 제2의 유영철인가.

경기도 안양 초등생 살해 피의자 정모(39)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로운 범죄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제3의 혈흔=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날 정씨의 집에서 이혜진(11)·우예슬(9)양과 다른 사람의 혈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상한 점이 있어 정밀수사하고 있다”며 “정씨 집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의 혈흔도 몇 점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제3의 혈흔’이 정씨가 저지른 다른 범죄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 새 풀리지 않은 부녀자 실종 사건 다섯 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과 정씨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특히 정씨는 2004년 40대 여성 실종과 2005년 5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바 있다. 이들이 도우미로 일하던 전화방은 모두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먹자골목에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두 차례나 정씨를 강력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도 그냥 놓아 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일고 있다. 두 사건을 수사했던 군포경찰서는 안양 초등생 실종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정씨에 대한 수사 자료를 제때 안양경찰서로 넘기지 않아 어린 두 아이의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날 수원시 입북동과 의왕시 초평동에 걸쳐 있는 왕송저수지에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떠올랐다. 시신 인양 관계자는 “30대 전후의 여성이었고, 부패 정도로 봐 숨진 지 한 달에서 석 달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신은 양손이 끈으로 묶여 있었고 손가락 일부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여성의 손을 묶었던 끈에서 신원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 수사에 나섰다.

◇실종·성폭행 사건 용의자=정씨는 2004년 7월 17일 오후 11시40분쯤 군포에서 실종된 전화방 도우미 A씨(당시 44세)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특히 A씨와 정씨의 휴대전화는 같은 기지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씨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정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와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정씨는 A씨와 통화한 이후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알리바이가 불명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리운전 일을 한 뒤 집에 가서 오후까지 잤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의 집과 승용차 등에 대한 혈흔 검사에서 물증을 찾지 못했고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중단했다. 이후 경찰은 정씨를 검거할 기회를 또 한번 놓쳤다.

2007년 5월 실종된 A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군포 지역 전화방을 탐문하던 중 또 다른 전화방 도우미 B씨(53)는 “2005년 12월 3일 밤 전화를 받고 안양8동 정씨의 집으로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성폭행 뒤 B씨의 양손을 묶은 채 폭행한 다음 잠시 집을 비웠고 B씨가 이 틈을 타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B씨가 협조하지 않아 경찰의 수사는 종결됐다. 결국 정씨는 혜진양과 예슬양을 살해하고서야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정씨를 상대로 시신 훼손 장소와 방법 등 풀리지 않은 의문점에 대해 보완 수사를 벌이면서 군포 여성 실종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 등 여죄를 캘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강인식·홍혜진·임주리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유영철=2003년 9월부터 10개월 동안 모두 21명의 노인과 여성을 살해하고 시체를 암매장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흉기로 시체를 토막 내 야산 등지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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