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5년, 9만 명 숨지고 3조 달러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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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이 이라크전을 개시하기 6개월 전인 2002년 9월, 백악관 경제담당 보좌관 래리 린지는 전쟁 비용이 2000억 달러(약 20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헛소리’라며 린지를 백악관에서 내몰았다. 럼즈펠드가 스스로 추산한 전쟁 비용은 500억~600억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일로 발발 5주년을 맞는 이라크전은 이 사례를 포함해 수많은 계산 착오로 점철된 전쟁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나온 전쟁 비용 추정치 중 가장 적게 잡은 금액만 해도 4130억 달러(2007년 9월 기준)나 된다. 미 의회 예산사무국(CBO)이 추산한 이 수치는 철저하게 미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만 따진 것이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 교수가 최근 저서 『3조 달러의 전쟁(The Three Trillion Dollar War)』에서 밝힌 전쟁 비용은 월 120억 달러, 총 비용은 최소 3조 달러(약 3030조원)에 달한다. 이라크전 상이군인 6만 명에 대한 치료 및 보상금액(3710억~6300억 달러), 생산성 감소 등 간접적인 사회비용(2950억~4150억 달러), 유가 상승분 등 거시경제에 미친 비용(1870억~1조9000억 달러)까지 계산한 결과다.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자 비용만 2017년까지 2900억 달러가 들어간다.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이라크전으로 인한 한 가정(4인 가족 기준)당 경제적 부담은 현재의 1만6900달러에서 2017년엔 3만7000달러로 증가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라크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빼고는 미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전은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막대한 인명을 대가로 치른 전쟁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은 최소 5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까지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측이 병원·시체공시소 기록만 집계한 수치가 9만 명을 웃돈다. 미군 주도 연합군의 공습, 이라크 내 반란 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 외에 질병·범죄로 인한 사망자까지 따진다면 이 숫자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영국 등 연합군 전사자도 4291명(3월 10일 현재)에 달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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