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무소속 '봄바람'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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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구에서 1996년 15대총선때 처럼 또한번 무소속 바람이 불 것인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대구지역 선거 판세에 어느 정도 파괴력을 보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분석가는 "내달 총선에서 '제1당, 제2당 모두 꼴보기 싫다'며 대구시민들이 자민련.무소속 등 제3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 준 사태가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2000년 총선에서 대구 표심을 싹쓸이한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존 정치권에 실망해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분위기를 표로 결집시키기 위한 '무소속 연대'의 출범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최근 수성갑구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박철언 전 의원은 "대구.경북을 주축으로 하는 보수 정치결사체를 위해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우태(동갑)씨도 무소속 연대 결성을 제안했다. 또 한나라당을 탈당한 백승홍(서구).박승국(북갑).이성수(수성을)씨 등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달서구 지역에서는 소권역 단위의 무소속 연대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달서을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출마 예정자 3명이 "무소속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며 권용범씨를 추대하기도 했다. 출마를 양보한 2명은 현재 권씨의 선거본부장 등을 맡아 지원하고 있다. 달서병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외수씨는 "달서갑의 박영규씨, 달서을의 권용범씨와 함께 '달서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들 각자의 이해가 엇갈리는 데다 연대가 성사된다고 해도 결집력이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참신성을 무기로 나선 정치 신인들은 "유권자에 자칫 식상감을 줄 지역 명망가와의 연대가 오히려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정책연대 등이 더 현실적"이라는 자세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 등 중량급은 "자칫 한나라당에서 낙오된 사람들끼리의 집단으로 비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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