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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국회, 제발 민심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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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금 이 나라에 진정한 리더는 존재하는가?"

궁금합니다. 탄핵 발의 사태를 바라보며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지금 이 시국을 즐기고 있는지? 아니면 총선 다음을 준비하고 계시는지?

9일 KBS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마음을 여실히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탄핵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5%로 찬성(31%)의 두 배나 되지만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63%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것을 보고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단 말입니까. 대통령께서 요즘 하시는 것이 옳아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국정 혼란 때문에 탄핵에 반대한다는 것을 왜 모르시는지요. 국회의원들은 또 왜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합니까.

국정이나 국민을 담보로 이런 대립을 계속한다면 탄핵에 반대하고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60% 이상의 국민 중 다수가 대통령에 대한 그 실낱같은 줄을 놓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국회를 무시하는 국민으로 나라가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경제도 없고, 민생도 없고, 국민도 없이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이를 중재할 어른도 없고, 중간에서 이해상충 부분을 해소해 줄 조언자도 없습니다. 내가 오늘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시 한번 "정말 대한민국에 리더가 존재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요즘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서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여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정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통령도,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도 정말 이러면 안 됩니다. 사리 구분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도 이러지는 않습니다. 유치원생들의 싸움에서도 예쁜 선생님께서 가슴 아파할까봐 서로 손을 잡고 웃어보이기도 하고 껴안기도 합니다. 하물며 모두가 대한민국의 지성인임을 자청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신 분들께서 지금 국민에게 보이는 모습이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 보셨는지요.

친일.반일, 친미.반미, 친북.반북, 이런 것이 현재 우리의 생존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끝없는 대립을 원치 않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현명한 답을 주시길 바랍니다.

김승만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