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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64좌 등정 우즈의 포효 ‘황금곰 니클로스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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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타이거 우즈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3·미국)와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1912~97).

PGA투어에서 각각 64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들이다. 이들보다 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선수는 82승을 거둔 샘 스니드(1912~2002)와 73승의 잭 니클로스(68·미국)뿐이다.

각각 통산 64승을 거둔 우즈와 호건을 비교하면 누구의 기록이 더 값질까.

1996년 투어에 데뷔한 우즈가 64번째 봉우리에 오른 것은 13년 만이다. 호건은 38년부터 59년까지 21년에 걸쳐 같은 승수를 거뒀다. 우즈가 8년 이상 빠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130명 이상의 정상급 프로들이 출전하는 요즘과는 달리 호건이 활동하던 시대엔 선수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상금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1948년 호건이 우승했던 US오픈의 우승상금은 2000달러. 우즈가 우승했던 2002년 같은 대회의 우승상금은 정확히 500배인 100만 달러였다.

호건이 메이저 9승을 거둔 데 비해 우즈의 메이저 트로피는 13개나 된다.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우즈의 기록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64번째 우승을 거둔 우즈의 눈은 이제 73번째 산을 향한다. 우즈는 지난해 BMW챔피언십부터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0·7239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까지 7개 대회 연속 우승행진을 하고 있다. 유럽 투어를 빼고 PGA투어 대회만 계산하면 5연승, 올 시즌 승률은 100%다. 가장 높다는 샘 스니드의 82승 고지에 오르는 것도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다.

우즈는 대회 첫날 34위에 그친 뒤 2라운드에선 20위에 올랐다. 우즈가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오랜만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우즈는 3라운드부터 ‘스윙 머신’의 본색을 드러냈다. 4타를 줄이며 4명의 추격자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른 뒤 마지막 날 다시 4언더파를 쳐 가볍게 우승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미리 경기를 끝낸 바트 브라이언트(미국)와 9언더파로 동타를 이룬 상황. 우즈는 약 7.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대회를 주최한 파머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즈는 신중하게 퍼트를 했다. 공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양 그린 위를 굴러 홀을 향해 파고들었고, ‘땡그랑’ 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빨간색 상의를 입은 우즈는 모자를 그린 바닥에 집어던진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타이거 세리머니를 했다. 연장전을 준비하던 브라이언트는 입맛을 다신 뒤 뒤로 돌아섰다.

우즈는 “이전에도 비슷한 거리에서 퍼트를 성공했기에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걸었다. 호건 같은 대선배와 같은 반열에 오르다니 영광”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타이거다운 마무리였다. 그는 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며 다음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5위 최경주는 우즈의 기록을 이렇게 평가했다. “우즈는 한 차원 다른 선수다. 이런 속도라면 바이런 넬슨의 11연승 기록도 깰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는 대회를 골라서 출전할 수 있고, 완급 조절 능력까지 갖췄다. 대기록은 올해 이뤄질지도 모른다.”

비제이 싱(피지)은 공동 3위(7언더파), 세계 2위 필 미켈슨(미국)은 공동 21위(1언더파)에 그쳤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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