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게이트'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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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도화선이 됐던 SK.현대 비자금 사건에 이어 '부영 비자금' 한파가 정치권을 몰아칠 전망이다.

중견 건설업체인 ㈜부영이 200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뿌린 단서가 검찰에 포착된 것이다.

부영에 대한 검찰 수사는 퇴직 임원들의 제보에서 비롯됐다.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는 올해 초 회사 내부 자료를 상당량 확보, 몇달간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수사에서 부영이 수도권 일대에 집중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로비 자금을 건넨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비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의 명단을 확보했으며, 상당수는 사법처리 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의 경우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크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10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의미 부여를 했다. 기업체 총수의 횡령 등 개인 범죄의 성격보다는 정치권 비리와 연루돼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검찰이 이중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등 강경하게 나오는 것도 이 수사를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 일각에서 "부영 게이트가 터질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영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민주당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영은 1997년 도급 순위 80위권이었지만 지난 정부 시절 18위(지난해 기준)로 수직 상승했다. 이 회사가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도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모 의원이 자기 '스폰서' 죽인다고 항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와 한나라당에도 거액의 대선자금을 제공한 단서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져 총선 이후 부영 비자금 사건은 정치권을 다시 뒤흔들 전망이다.

전진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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