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기술혁신 공청회] "출연 연구소 책임 경영 체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6면

지난 4일 오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 4시간여동안 진행된 '국가 과학기술혁신체제 개편'공청회 현장. 출연연구소 관계자와 과학자 등 5백여명이 몰려 1백여명이 입장을 못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을 소개한다. 공청회는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했다.[편집자]

◆과기부장관 부총리 격상 여부=과학기술계에서는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던 과기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이 행정학자들로부터는 강한 역풍을 맞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노화준 교수는 "계급만 높아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시장 지향적, 결과 지향적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교수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됐지만 교육문제 조정과 협의는 해결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제 안현실 논설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장관수가 12~15명인데 비해 우리는 20여명"이라면서 "자리만 만들면 해결된다고 믿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김승복 교수는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킬 경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국과위 의장.정보통신과학기술 보좌관 등과 역할 중복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 연구는 어느 부처가=과기부가 기능개편 이후에도 기초과학 연구 예산에 대한 집행을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국민대 사회대 김종범 교수는 "과기부가 예산권까지 가지면서 현재의 중요 집행기능을 모두 수행한다면 심판과 선수의 역할을 모두 다 한다는 공정성 시비가 인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그러나 "과기부가 기초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놓을 경우 기초과학 육성 기능이 없어질 소지가 있어 앞으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태범 교수는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갖고 오면 기초과학과 원천 연구는 예산권으로 독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과기부는 전체 R&D 예산 비중을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다른 부처에 기초과학 예산 집행을 과감히 이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연연구소 어디 소속 되나=김종범 교수는 "출연연의 소속은 어느 정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산업.과학기술 등 기술과 정책이 점점 융합.수렴하는 추세라 앞으로 지금처럼 연구회별로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일관성 없이 흔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컸다. 노화준 교수는 "정권 바뀔 때마다 소속을 바꾸는 것보다 묶음 예산을 줘 출연연구소가 책임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 제도라든지, 여러가지 개혁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주자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상엽 교수도 "연구 현장에서 동요가 너무 크다"며 "중복 투자 해소나 조직개편 문제는 정부에서 조용히 알아서 하고, 일선 연구자들은 편히 연구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 양성 둘러싼 혼란=인력 양성 분야에서 이공계 인력의 거시적 수급전망과 기본 방향 설정, 수월성 차원의 과학영재교육은 과기부가 맡겠다는 최석식 기획관리실장의 복안에 우려가 나왔다.

"대학 인력의 48%가 이공계 인력인데 대학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둘 생기는 게 아닌가"(김승복 교수),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있으니 좀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윤태범 교수)등의 의견이 등장했다.

◆국가 표준.특허청 등은 어디로=소속 부처를 옮겨와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과학계가 양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특허는 지금도 지적재산권 따로, 저작권 따로 각각 산자부와 문광부로 나눠있기 때문에 이들을 합쳐 하나의 부서로 독립시키는 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자력 안전 부문도 다른 OECD 국가처럼 독립된 안전위원회가 수행하는 방안이 아이디어로 나왔다.

표준은 무역과 연계된 기술장벽으로 작용하는 경향도 나타나며 환경.안전 등 다양한 부처가 연관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특정 부처에서 담당하기보다 지금 있는 기술표준원이 각 부처의 의견을 조정하고 연결하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였다.

종합적으로 토론자들은 어떤 경우라도 연구현장이 동요해서는 안된다는 데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하루 속히 개편 방안이 부처간의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