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일·여가 반반씩 … 꿈은 실현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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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피 땀 눈물
원제 Blood Sweat & Tears
리처드 던킨 지음, 박정현 옮김
바다출판사, 552쪽, 2만5000원

기독교 사회에서 피는 희생을, 땀은 수고를, 눈물은 고통을 상징한다. 책 제목으로 사용된 '피.땀.눈물'은 곧 노동을 가리킨다.

이렇듯 노동이란 말엔 왠지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이미지가 풍긴다. 선사시대부터 산업혁명 이후에 이르기까지 '노동=육체노동'이라는 등식이 우리의 관념 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블루칼라의 육체노동은 더이상 21세기의 노동을 대표할 수는 없다. 인터넷.로봇.휴대전화 등 각종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일의 내용과 일터의 공간적 개념이 크게 바뀌었다. 이제 사람들은 전통적 개념의 일터에서 벗어나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집에서도 일에 파묻히기도 한다. 일에서의 해방은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꿈인 모양이다.

이 책은 인간의 노동이 수천년에 걸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인간이 산업혁명으로 육체노동의 고된 멍에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또 다른 일의 노예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또 어떻게 일에 지배당하지 않고 노동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일과 여가는 삶이라는 수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이므로 한 쪽에 치우치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일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것.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일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지만 청년 실업자들에겐 취업 자체가 목적이 돼버렸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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