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모임 “무소속 연대로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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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 한나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한 김무성 의원<左>이 전화를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엄호성·이규택·김재원(서있는 사람) 의원. [사진=강정현 기자]

영남권 ‘공천 쓰나미’가 현역 의원 25명을 날려버린 뒤 한나라당에 공천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공천 결과에 반발한 의원들의 탈당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14일 탈당을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좌장으로 불린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마음은 한나라당에 두고 몸은 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공천 탈락이 확정된 뒤였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공천은 한마디로 청와대 기획, 밀지(密旨) 공천”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했다. “공천심사위원회는 청와대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이자 거수기였다”는 분노도 터뜨렸다.

특히 “이재오·이방호가 공천개혁을 빙자해 박근혜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그러면서 “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고 돌아오겠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종일 급박하게 돌아갔다. 영남권에서만 10명의 현역 의원이 탈락하는 사태를 맞은 친박 의원들은 이날 별도의 모임을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무소속 연대를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꼽는 인사들이 많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을 포함해 이인기·이규택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 수도권에서 송영선·한선교 의원이, 충남에서 이진구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와 달라’고 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이 밖에 엄호성·박종근·이해봉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이 중심이 된 무소속 연대가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은 박 전 대표의 결단에 더 기대는 눈치다.

이날 친박 의원 회동에서도 “친박 신당을 만들자”는 의견과 “무소속으로 출마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함께 움직이지 않을 경우 무소속 연대의 파괴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이다.

한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남권 물갈이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 ‘친박’ 타이틀만으로 당선되긴 힘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서청원 전 대표 같은 인사는 탈락한 친박 측 일부 당협위원장이 만든 미래한국당(구 참주인연합)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엄광석 등 재심 받아들여져=영남권 공천에서 밀려난 의원 중 일부는 이날 재심청구서를 들고 당사로 몰려왔다.

권철현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당사 6층을 찾아와 “재심 요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최구식 의원도 재심청구서를 들고 찾아와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하소연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 중-동-옹진(박상은), 서-강화(이학재), 강원 태백-영월(김택기) 등 8개 지역의 공천 내정자에 대해 인준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중-동-옹진의 경우 경쟁자인 엄광석 전 SBS 대기자가 “이 지역 공천내정자는 민주당에서 옮겨와 ‘철새 불허’라는 공천 원칙에 어긋난다”며 낸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졌다.

글=정강현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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