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여론조사] "盧, 사과는 해야하지만 탄핵은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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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발의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많았다. 반면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 위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수를 넘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언행이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나 야권이 탄핵을 발의할만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탄핵이 발의된 9일 오후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당의 노 대통령 탄핵 추진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65.2%로 집계됐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30.9%에 그쳤다. 탄핵안의 국회 통과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통과될 것'(21.6%)이라는 응답보다 '통과되지 못할 것'(66%)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중앙선관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는 '적절했다'(52.1%)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반면 '부적절했다'는 응답은 35.6%에 그쳤다. 또 선관위 결정에 따라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62.5%로, '야당의 정치적 공세이므로 그럴 필요없다'는 응답(32.9%)보다 훨씬 높았다. 이 여론조사는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한편 9일 저녁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결과 탄핵안에 대해 '반대' 53.9%, '찬성' 27.8%, '모름.무응답' 18.3%였다. 전 연령층, 전 지역에서 찬성 입장보다 반대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부결될 것'(50.3%)이란 전망이 '통과될 것'(24.4%)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에 비해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60.8%)는 의견이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30.1%)는 반응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 714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7%포인트다.

또 10일까지 8700여명이 참여한 인터넷 중앙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과반수(55%)가 '탄핵해서는 안된다'고 응답했다.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은 45%였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탄핵을 발의하기 전인 지난 5일 전국 737명을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탄핵 추진에 대해 '공감한다'(48%)는 의견과 '공감하지 않는다'((46%)는 의견이 비슷한 비율로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탄핵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들의 상당수가 실제로 탄핵을 추진하는데는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9일 탄핵 발의를 앞두고 있었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은 "이것은 망하는 길"이라고 결사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같은 여론 흐름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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