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댓글] 그러고도 월급 받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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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했던가요. 요즘 기자들, 물론 연예인만큼이야 하겠느냐마는 자기 기사에 달린 댓글을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네티즌 수사대가 오·탈자를 찾아내는가 하면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네기도 하기 때문이죠. 또한 인터넷 댓글은 독자의 눈높이와 관심사를 파악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자도 인간인지라 댓글을 보며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요. 기자를 당황 혹은 황당하게 하는 댓글들을 순위별로 모아봤습니다.

우선 제일 많이 등장하는 댓글은 ‘내가 일등이다!’입니다. 이 정도야 뭐, 늘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지는 않을 테고요. 5위가 ‘이런 눈 먼 기사 쓰지 마라. 그러다 밥줄 날아간다’입니다. 정치 관련 기사에서 빠짐없이 만날 수 있는 댓글입니다. 실제로 눈 먼 기사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일방적으로 퍼붓는 경우도 꽤 있는 듯합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댓글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4위는 ‘그러고도 기자라고 하고 다니겠지’입니다. ‘그렇게 대충대충 기사를 쓰고도 부끄럽지 않으냐’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곱씹어 보면 ‘취재는 대충 해놓고 밖에 나가서 기자임을 내세워 민폐를 끼치고 다니지는 않을까’하는 우리 네티즌들의 노파심이 잘 표현된 댓글 아닌가 싶습니다.

3위는 오보가 나왔을 때 주로 달리는 댓글입니다. ‘좋은 대학 나오고, 기자 시험 합격한 것 맞느냐’는 것이지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마치고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었다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댓글로 보입니다. 독자들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자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뿐 아니라 늘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을 다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가 2위로 꼽힙니다. 이 댓글을 접하는 기자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기사가 대안 없이 비판만을 늘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기자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댓글이죠. 그렇다면 1위는? ‘기자양반아, 그러고도 월급 받냐!’입니다. 월급뿐 아니라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아깝지 않을 만한 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네티즌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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