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세상‘CC운동’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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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사이버 세상에 CC운동이 불붙었다. CC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의 약자로 ‘창조적 재산 공유’로 번역된다. 정보 공유와 콘텐트의 창조적 재생산을 유도하는 열린 저작권 운동이다. 다음·파란에 이어 최근 네이버가 여기에 바탕을 둔 CC라이선스(CCL) 제도를 도입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곽대현 과장은 “서비스 시작 보름 만에 3만 명의 블로거가 CCL 기능을 선택했다”며 “다음달 말이면 사용자가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CL은 일종의 저작물 사용 허가 표시다. 저작권자가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저작물에 CCL을 부착하면 네티즌들은 이를 토대로 저작권자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CCL은 ‘저작권 보호’와 ‘정보 공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IT칼럼니스트 명승은씨는 “CCL은 저작권의 배타적 보호보다 ‘내 저작물을 이 정도 범위에선 충분히 활용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CCL 기능을 설정하면 블로그 글이나 커뮤니티 게시물에 저작물 활용 조건과 범위를 직접 표시할 수 있다(표 참조). 제3자가 자신의 게시물을 복사해 가면 글 제목과 사용자 정보 등 원문 출처 정보가 자동으로 표시된다. 다음의 민윤정 커뮤니티본부장은 “‘변경 금지’ CCL을 부착하면 원문을 변형해 마구잡이로 인용하는 횟수가 확실히 줄어든다”며 “CCL 제도 도입으로 저작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CCL은 응용소프트웨어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10일 무료 배포를 시작한 ‘한컴오피스2007 밸류팩’에 국내 오피스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CCL 기능을 넣었다. 이 프로그램 이용자는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이 작성한 문서에 저작자 표시, 영리·비영리 활용 허가 표시 등을 할 수 있다.

한편 1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국내 CC운동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토론하는 ‘2008 CC코리아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CC운동의 주창자이자 인터넷 관련 법규의 세계적 권위인 로런스 레식 스탠퍼드대 교수가 참석한다. 이 행사는 비영리단체인 CC코리아가 주관한다. 2005년부터 CC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윤종수 대전지방법원 판사는 “CC의 핵심 가치는 저작물의 합법적 공유”라고 말했다. 그는 “CCL이 활성화되면 네티즌들은 다양한 저작물을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CC코리아의 모토가 ‘창조, 나눔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문화’인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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