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원류를찾아서>2천년 성지 예루살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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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감람산 기슭에는 예수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유적들이 도처에 있었다.밤을 지새며 기도하던 예수가 유다의 배반으로 체포되어 끌려가던 장소에는 세계 각국에서 헌금한 돈으로 지었다는 겟세마네교회가 서 있었고,정원엔 당시부터 있었다는 밑둥 이 몇 아름이나 되는 올리브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예루살렘성 건너편으론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걷다 십자가에 못박힌 골고다 언덕을 볼 수 있다.그 언덕을 바라보며 아들을 잃은 뒤 12년을 더 살다 죽어간 성모 마리아의 무 덤도 이 산기슭에 있다.
구름 사이로 신비스러운 빛이 예루살렘 남쪽 베들레헴에 내리고있었다.예루살렘 남쪽,아랍인 주거지역에 속해있는 베들레헴에 도착했다.예수가 태어났던 자리엔 거대한 예수탄생교회가 서있었다.
보안 때문에 일부러 좁게 만들었다는 교회 정문을 허리를 굽혀 들어갔다.좌우로 늘어선 코린트식 원주 사이로 중세의 성화들이 서서히 나타났다.지하에 예수가 태어난 곳이 보존돼 있었다.세계곳곳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이 기도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먼 지평으로사라지는 태양이 구름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이따금씩 번개가 치며천둥이 울렸다.들판에는 소년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가로이양떼를 몰고 있었다.이윽고 먹구름 하늘이 지 그재그로 갈라지며천둥소리가 지평을 흔들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첫비요.첫비!』 수개월내 비 한방울 없던 이 오아시스에 이제 올해들어 첫비가 내리는 것이었다.먼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에게 첫비는 좋은 징조라고 했다.
『선생님,내일 홍해로 가셔서 시나이 산에 오르신다면서요.내내사막길을 가시겠네요.일출을 보시려면 새벽3시부터 산에 올라야 합니다.시나이 산엔 별이 너무나 많아요.별들이 온통 연기처럼 피어오른답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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