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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에인절 산업 엇갈리는 明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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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린이 전용 백화점.사진관.치과등에서부터 어린이 놀이방체인에이르기까지 어린이를 수요층으로 하는 갖가지 신종 업체와 서비스가 「에인절(Angel)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번창하고 있다.특히 어린이 놀이방과 어학원은 해외 브랜드의 국내 체인점 형태로잇따라 상륙중이다.반면 노인을 수요층으로 하는 실버산업은 국내에 개념이 도입된지 근10년이 되도록 용어만 무성할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어 에인절산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버산업> 80년대 중반 「실버산업」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소개될 당시 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온통 장미빛이었지만 실제 성장세는 영 신통치 않다.「인생은 70부터」「고령화 사회」「신종 유망업종 실버산업」등 말만 무성할뿐 실버시장의 실체는 좀처럼 모습을찾아보기 어렵다.
90년대들어 백화점들은 앞다퉈 노인용품 전용매장을 설치했다가재미를 못본채 최근 대부분 철수했고 보험사.건설업체를 중심으로한 실버타운 건설 프로젝트들도 화려한 청사진만 마련됐을뿐 진척은 별로 없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9월 본점에 노인전문매장을 설치했다가 매기가 기대에 못미치자 올들어 철수시켰다.노인들이 입기 편한 스타일로 「실버 에이지」라는 브랜드 의류를 자체개발해 선보이기도 했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노인들이 노인용품을 따로 팔면서 별도로 대우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서 『혈압계를 비롯한 건강용품은다른 매장에 통합시켰고 여성노인용 의류코너는 아예 폐쇄했다』고밝혔다. 진로유통센터도 노인용품 전용매장을 개점 2년만인 지난2월 닫았고 뉴코아백화점도 작년초 실버용품매장을 선보였다가 1년만에 매장을 철수,품목별로 기존매장에 통합시켜 운영하고 있다. 미도파백화점은 작년9월 상계점에 실버코너를 설치했는데 아직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모라도.리본등 4개 브랜드의 여성의류만 취급할뿐 뜸질기.혈압계등 노인용품은 기존 생활용품코너에서 다루고 있다.
백화점중 그런대로 실버매장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롯데백화점.지난 90년 루이쌍트.리본.폭스레이디.뽀뜨레등 실버브랜드 여성의류와 노인건강용품을 한데모아 매장을 설치한데 이어 규모와 품목을 꾸준히 확장해나가고 있다.하지만 이곳 역시 평소매출은 활발하지 못하고 어버이날 전후에나 반짝하는 정도다.특히 고객중 실버계층이 직접 구매하는 비율은 의류가 30%정도고 건강식품과 노인용 건강용품은 10%에 불과하다.실버시장이 독립된영역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자녀층의 구매력에 의존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실버타운도 수년전부터 삼성.현대.대우.한화.코오롱.한일.삼양.쌍방울등 대기업의 건설계획이 쏟아져나왔지만 현재로는 청사진 수준이다.
실버타운의 주거시설을 일반 주택처럼 분양.매매.상속할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도 명확치 않다.
국내최초의 유료 양로원인 수원 유당마을의 김영국(金永國)원장은 『노인만의 주거시설도 필요하지만 가족과의 왕래를 통해 노인의 권태와 소외감을 극복케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면서 『이같은 개념이 도입되지 않는한 기업들이 외진곳에 계 획하고 있는콘도형식의 실버타운 계획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버산업의 부진은 근본적으로 실버계층이 두텁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고령화사회로 가고있다지만 65세이상은 아직 5.5%에 불과하다.실버비율은 오는 2010년에야 두자리인 10.4%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삼성소비자문화원의 조은정(趙恩)과장은 『지금의 40대후반과 50대가 구매력을 가진 노년층으로바뀌는 시점이 되어야 실버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다보니 국내에 실버시장이래야 건강용품.의료용품과 노후연금형 금융상품 몇가지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화장품.의류.
주거.전자제품.자동차.노인대상 서비스등 산업전반에 걸친 다양한실버상품과 서비스는 일본을 비롯,선진국에서나 볼수 있 을뿐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하다.

<에인절산업> 李鍾台기자 「어린이 산업에는 불황이 없다」.
유아부터 국민학교 어린이까지를 수요층으로 한「에인절산업」이 유망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이 분야의 각종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자녀수 감소,맞벌이 부부 증가 등 사회변화의추세에 발맞춰 어린이 산업은 수년전부터 지속적으 로 팽창해오면서 최근「어린이 전용」백화점.미용실.사진관.놀이시설 등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어학원 등이 등장,이 산업의중점 분야가 일반 소비재에서 서비스.교육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또 국내 굴지의 D그룹이 이 분야의 신규참여를 서두르는 등 대기업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어린이 놀이학원 체인인「짐보리」서울 중계점.빨강.파랑.노랑의화려한 원색 대형 놀이기구가 곳곳에 세워진 넓은 방에 두살 남짓한 아기들이 엄마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92년 서울 서초동에 1호점을 내면서 시작된 ㈜짐월드(대표 朴기 영)는 국내 에인절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업체로 꼽힐만하다.朴사장이 미국 짐보리 본사와 프랜차이즈를 체결하고 처음 매장을 개설했을당시만해도 놀이학원은 전혀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지내는 유아와 젊은 엄마들의 놀이욕구를 만족시키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어 현재 체인점수가 26개에 달한다.
이처럼 짐보리가 성공을 거두자「정글 인」등 유사한 놀이학원 본부가 10여개 가까이로 늘어났다.
0~4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 놀이학원과 달리 국민학생들을 주고객으로 하는「플레이 타임」「플레이 키즈클럽」「텐더 펀」등 놀이시설이 새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기도하다.
또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한「0세 아카데미」등 영재교육기관,「원더랜드」등 영어학원등이 에인절 산업의 또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어린이 전문사진관 체인인「키즈 포토」.소아 전문 치과인 서울청담동「어린이 치과」.어린이 전문백화점인 수원의「췰드런 하우스」등「어린이 전문」을 내건 각종 서비스업체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들 에인절산업의 공통점을 꼽으면 한결같이 고급화를 지향하고있다는 것.백화점 아동복 코너의 20만원대 아동정장,금강제화 등 제화 3사가 만들어내는 3만~4만원대의 고급 아동구두,한학기에 15만원 안팎씩 지불해야하는 놀이학원,20 만원대의 어린이용 컴퓨터,역시 20만원대까지 있는 리틀타익스 어린이 장난감등은 예전 같으면 감히 생각도 못했을 상품들이다.
이에대해 신한종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자녀수 감소와 소득증대로 일반가정에서 어린이 한 명에게 투자하는 비용,이른바「에인절계수(係數)」가 계속 높아가고 있다』며『이때문에 고급화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업종으로 어린이.젊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에인절 시장에서의 성패의 열쇠라는 조언이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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