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通사태 금융.증권 경제大亂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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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 두 곳 전산망만 막혀도 며칠안으로 국내외 금융거래는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진다.요컨대 통신대란(大亂)은 당장 일어나지않더라도 금융거래의 특성상 경제 대란은 바로 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통신 사태가 전면 파업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이른바「준법 투쟁」이 계속돼 몇몇 곳의 통신 장애가 바로 복구되지 않으면 금융거래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한국은행에 의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26일 한국통신 사태의 영향을 이같이 분석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 금융기관이 급한대로 手작업을 통해 부분적인 업무나마 처리할 수 있도록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의 경우 고객 원장을 출력하는데만도1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작업 처리를 한다해도 단순한 입.출금 업무 정도 밖에는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제 자금거래는 수작업으로 대신 할 수 없어 수.출입이 불가능하게 되고 국제거래에서의 신용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예상 피해=한은은 어느 특정 지역 한 곳에만 전산 장애가 생기면 그 지역 금융기관 점포에서는 기업 자금의 결제가 안돼 부도(不渡)가 속출하게 되고 이 경우 전산이 정상 가동되는지역에 있는 기업의 자금흐름까지 금방 꼬여버려 전체 적인 경제활동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남기호(南基虎) 한은 금융결제부장은 이와 관련,『지난 87년11월3일 미국 뉴욕시에서 정전 사태가 생겼을 때 뉴욕시가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던 큰 이유 중 하나도 전산장애 상태가 불러올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우 리도 이번 한국통신 사태의 전개 상황에 따라 급하면 공휴일을 선포해 연쇄부도를 막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각 은행의 전산센터가 몰려 있는 잠실전화국,금융결제원이있는 영동전화국,금융기관 본점이 많은 중앙전화국등 주요 지역 전화국에서는 극히 부분적인 장애가 생기더라도 그 파급효과는 치명적일 수 있어 금융거래는 즉시 전면 마비 된다 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예컨대 금융결제원에서는 하루 4백50만장의 어음.수표를 결제하는데 만일 전산망이 막히면 모두 부도가 나기 때문이다.
◇은행권 대책=한은은 일단 금융전산망에 장애가 생기면 각 은행이 본점 전산센터에서 고객 계좌 원장을 출력,해당 지점에 보내 수작업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통신 장애가 오면 휴대용 전화기로 본.지점간 연락망을 구축해줄 것도 아울러 요청했다.
현재 전국 1만2천6백53개 금융기관 점포에서는 하루 평균 2천7백80만여건의 업무를 전산처리하고 있다.
◇증권계 대책=증권거래소측은『현재 증권전산망은 서울 여의도의증권전산~여의도전화국~지역전화국~증권사지점으로 연결된다』며『여의도 전화국이 불통되면 백업 시스템을 갖춘 구로 전화국을 통해우회 연결하게 되나 구로전화국마저 불통되면 증 시 휴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또 전산장애가 일어난 어느 증권사 지점은 옆지역 증권사 지점의 단말기를 대신 이용해 주문을 내게 하되 주문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증시 개장시간 연장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李在薰 .高鉉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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