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 “고씨, 문서 복사하다 적발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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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가 고산씨에서 이소연씨로 교체된 배경에는 고씨가 규정을 위반하고 두 차례 기술 문서를 복사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러시아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이날 러시아 우주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고씨가 지난해 9월과 올 2월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훈련 중이던 가가린 우주센터 밖으로 우주 비행 훈련 관련 문서를 갖고 나가 복사하다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우주 당국은 첫 번째 위반 사고 뒤에는 고씨에게 경고 조치만 취했으나, 두 번째 사고가 발생하자 한국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했다. 한국 측은 오랜 검증 과정을 거쳐 선발된 우주인 후보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러 측에 사건에 대해 함구할 것을 요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고씨와 이씨는 2006년 3월 가가린 우주센터 입소 당시 훈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센터에서 지급하는 장비와 물품을 외부에 반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우주 관련 기술이나 정보 유출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군사·과학기술 분야를 책임지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지난해 8월 수출통제위원회 회의에서 “주요 정보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과의 항공우주협력 사업을 철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은 11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고씨는 스파이가 아니라 호기심이 강해 조금 더 공부하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고씨를 가까이서 지켜본 러 우주 전문가의 말을 인용, “고씨의 지식욕, 호기심, 제한된 프로그램 이상의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심 등이 훈련 과정에서 문제로 제기됐다”며 “이 점이 훈련 센터 지도부에는 부적합한 우주인 자질로 비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통신은 또 다른 우주 전문가의 말을 들어 “우주인 교체가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우주 비행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고 보도했다.

당장 고씨와 달리 이씨가 러시아어를 거의 하지 못해 문제라는 것이다. 또 제1 탑승자로 선정됐던 고씨가 이씨보다 더 깊이 있는 심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씨가 심화 훈련 프로그램을 속성으로 이수해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같은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우주 비행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을 것이란 러시아와 한국 당국의 설명과는 차이가 난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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