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좀 더 많이 배우려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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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은 우주인이 되려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워가려고 하다 러시아 측이 정해 놓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렸습니다.”

한국인 첫 우주인의 문턱까지 갔다가 낙마한 고산(32)씨가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참회를 담은 e-메일 서신을 1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보내 왔다. 그는 자신의 불찰로 문제가 빚어진 과정을 담담하게 적었다. 그동안 성원해 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도 전했다. 그러나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은 일종의 음모설을 제기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이 고씨에게 러시아의 우주기술 정보를 수집하라고 종용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이다. 이에 연구원 측은 고씨에게 심경을 담은 글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고씨는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우는 동안 늘 행복했다”며 이소연(30)씨가 그 꿈을 대신 이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훈련센터에서 남은 기간 예비 우주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뜻하지 않게 첫 우주인의 영예를 안게 된 이소연씨도 e-메일 서신을 보내 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교체에 어리둥절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소중한 꿈을 우주에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또 “첫 우주인의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기여해 은혜를 갚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건강 등에 별 탈이 없는 한 다음달 8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게 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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