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단체들 변신 몸부림-官.産유착 끊겨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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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치.경제의 대변혁시대를 맞아 일본재계(財界)가 새로운 역할찾기에 부심하고 있다.전후 40년간 유지해온 정관산(政官産)의유착고리가 국내외의 비판속에 끊기기 시작하면서 잠복한 문제들이일시에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총본산인 경단련(經團連)을 비롯,재계의 노사대책을 맡고 있는 일경련(日經連),재계의 정책제안을 해온 경제동우회(同友會),중소기업을 대변해온 일본상공회의소(日商)등 재계4단체는 하나같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의 재계는 전통적으로 결속력이 대단하고 그 결속력은 이들4단체가 중심이 되어 업계단체를 움직이는 여러가지 「힘」의 형태로 나타났다.재계는 힘의 행사가 지나친 나머지 업계단체와 함께 각종 규제와 행정지도 이상으로 기업의 자유로 운 활동을 규제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최근 내외의 규제완화요구에 편승해 비판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사실 업계단체는 관료와 族의원(전문성을 갖고 이권과 연계되어있는 국회의원들)을 움직여 규제를 풀거나 새로운 규제를 가하도록 하 는 집단으로서의 이미지를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경단련은 26일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郎.69)회장의 취임1년을 맞아 내부개편과 새로운 진로모색에 나섰다. 경단련은 이미 자민당정권 붕괴후인 지난 93년9월 히라이와 가이시(平岩外四)회장 때 정치헌금알선을 중지키로 결정,이른바 정계의 돈줄역할을 그만두려는 시도를 했다.그러나 그이후 그같은 선언은 흐지부지되고 업종별 정치자금제공이 시작되 고 있다.경단련은 무라야마(村山)총리가 규제완화를 위한 「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하자 위원회 임원선발등에 재계입장을 강력히 전달하려 했다.그러나 내부의 엇갈린 의견,관료의 반발등으로 어정쩡한상태에 머물고 있다.경단련과 무라야마 정권 은 똑같이 결단력도실천력도 없는 과도기적 성격만을 부각시켰다.
경단련관계자는 「경단련은 이제 기업대변차원의 존재감이 없어졌다.해외정책과 거시적인 정책을 통해 존재이유를 찾아야할 형편」이라고 털어놨다.최근 경단련은 경제외교 나들이를 부쩍 강화하고있다.그러나 일본의 규제.시장폐쇄성에 대한 비난 이 거세지고있는 환경이라 성과가 미미하다.미일자동차무역마찰이 나라의 체면을건 경제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심하고 있다.
경단련은 「시장개방에 경단련의 생존을 걸고 도요다 회장의 리더십을 최대한 발휘하겠다」「2백여명에 이르는 사무국을 개편하여국가에 정책을 제언하고 국가 그랜드플랜을 짜는 싱크탱크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은 모색의 성격이 더 짙다.
일경련과 경제동우회는 최근 쇼와(昭和)시대에 태어난 젊은 회장들로 바뀌었다.일본상공회의소도 회장교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일경련은 냉전후 파업과 춘투(春鬪)가 유명무실해지고 국내에서도 사회당정권이 탄생한 환경에서 「고용문제」에 대 한 적절한 대책을 못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경제동우회는 재계인사의친목모임 이상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정치가 흔들리고 경제가 어려워지자 생각들이 제각각으로 갈라지면서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기때문이다.
최근 경단련에 일경련과 동우회를 흡수시키자는등 재계재편론이 나오고 있는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역경속에 몸부림치는 재계의모습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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