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화성군 북양리 崔榮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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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큰 고을과 고을 사이엔 반드시 고개가 있었고 그 고개를 넘기 전에는 주막이 자리잡아 나그네들의 쉼터가 되곤 했다.
언덕길을 오르기 전에 국밥 한그릇 말아먹고,고갯마루에 올라 한숨 돌리며 막걸리 한잔 걸치고 고개를 넘어갔던 것이다.교통수단이 도보와 나귀에서 자동차로 바뀌었지만 이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경기도화성군남양면북양리 속칭 염티고개 정상에 「염티산장(0339(356)7859)」이라는 음식점을 열고 정착한 경기도 수원 토박이 최영상(崔榮相.40)씨는 이런 나그네 마음을 잘 읽어 성공한 경우다.
물의 질이 제품의 질을 좌우하는 화장품 회사 연구실에서 좋은물을 찾으러 다니는 일을 맡았던 崔씨는 생각보다 좋은 물이 귀하다는 사실에 착안,직장을 그만두고 정수기 대리점을 열었다.그러나 그런대로 잘 굴러가던 사업은 수표를 빌려간 친구가 부도를내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가라앉았다.
가진 재산 다 정리해 겨우 수습하고 남은 돈으로 속셈학원을 차려 살림은 꾸려갈 수 있었지만 생활은 따분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 못지않게 성격이 활달했던 부인 연경숙(延慶淑.40)씨도마찬가지였다.
그당시 崔씨 부부는 남양만쪽에 있는 절에 다니러 한달에 두번씩 수원과 남양만.대부도를 연결하는 306번 지방도를 다녔다.
절에 갔다 오는 길,특히 휴일 오후만 되면 수원 어귀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한 길이 이곳 염티고개에 이르러서는 주 차장으로 변해 그냥 서있다시피 하는 일이 잦았다.그래서 고갯마루에 차를 세워놓고 한숨 돌리다 가곤 했는데 崔씨 부부가 항상 쉬었다 가던 자리는 가까운 친지가 소유한 땅이었다.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한 이들이 본격적으로 계획에 들어간 것은 94년 3월.토지의 형질변경 및 건축등 개발비용 일체를 崔씨가 부담하되 투자비를 회수하면 시설물 일체를 그냥 기부한다는조건으로 밭3백10평에 대한 사용권을 얻은것이 5월이었다.
예전에 수원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던 부인 延씨의구상에 따라 토종닭.오리탕집을 열기로 하고 건축에 들어가 1억2천만원(융자 5천만원 포함)을 들여 40평규모의 집을 짓고 개업준비를 마치는데 5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올 여름까지는 밑지는 셈치고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밀려들어 「혹시 식당이 잘못되면…」하는 마음으로 그냥 꾸려가던 속셈학원을 서둘러 처분하고 부부가 모두 매달려야 했다.
『한 4~5년만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이젠 장사하는 재미도 재미지만 시골생활에 빠져서 도시에서는 못살겠어요.그래서 아예 땅을 사들여 정착할거예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이미 남양중학교로 전학시켰다.직접 살면서「시골의 경쟁력」을 몸으로 느꼈고 아들도 도시의 아이들과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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