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 추정 지역 아파트 공사 중단” 중국 정부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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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중 한국 대사관은 10일 “중국 정부가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아파트 부지 토목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가 최근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 대사를 불러 “안 의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뤼순(旅順) 옛 감옥터 주변의 아파트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수용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로써 1909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당시 일본 총리대신을 암살한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추정지의 추가 훼손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국내에서 과학적인 장비를 들여와 앞으로 2~3개월 안에 유해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사 중단 조치는 어디까지나 잠정 조치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과거 북·중 관계가 좋을 때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유해 발굴을 요청했는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 복잡한 토지 보상 절차를 거쳐 아파트 부지를 파는 단계까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마냥 공사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현지에는 해군 군항이 있어 중국 군부를 설득하는 것도 문제다. 또 한국 정부가 구두 증언만을 토대로 유해 매장 추정 부지를 정부 예산으로 매입하는 것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소식통은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아파트 공사가 예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해 나왔는데도 한국 정부가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대책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미봉책”이라고 꼬집었다.  

한 역사학자는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東北工程) 차원에서 만주 지역의 항일 유적지 복원에 소극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공식 협상을 벌여 중국에 산재해 있는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체계적으로 정리·보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항일 유적지는 기념탑이 훼손된 채 방치돼 있고, 상하이(上海) 루쉰(魯迅)공원의 윤봉길 의사 유적지는 표시판조차 치워진 상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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