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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온라인 평생교육이 해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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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다. 한국 사회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몰입식 영어교육’ ‘대학입시의 완전 자율화’,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율형 사립고’의 대폭적인 증설 등의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경쟁과 시장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천 가능성과 사회적 합의를 면밀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디 그뿐이랴? 사교육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 가운데 목청껏 외쳐대던 지식기반 사회의 구호를 비웃듯이 대학은 대학대로 논문 및 저서의 표절과 조작, 학력 위조와 학위 조작으로 혼돈과 갈등 속에 빠져 있다.

교육현장에 서 있는 모든 당사자는 신뢰와 희망을 회복하고 국가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찾아내기 위해 진심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교육시장의 개방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고, 세계의 명문 대학들이 교육의 기본 철학, 방법론,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해 전면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교육을 통한 미래의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해답은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실용’과 ‘국민 섬기기’라는 화두 속에 담겨 있다. 한국의 교육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이고 배타적인 틀에서 벗어나 학습자와 사회가 원하는 실용적이고 국민을 섬기는 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새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보다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언제든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보다 쉽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학위와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과 허영은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의 수월성 확보 및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인재의 육성 또한 탄탄한 평생교육과 공공교육의 체제가 바탕이 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터이다.

영국의 오픈 유니버시티(개방대학)가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의 전통과 명망에 못지 않은 영국 교육의 자부심이라는 사례를 보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위한 새 정부의 정책 속에는 반드시 세계 최고 수준의 평생교육을 위한 청사진이 포함돼야 마땅하다. 특히 한국이 전 세계에서 인터넷과 정보망이 가장 잘 보급된 나라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대학의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듣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대학교가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휴대전화를 통한 모바일 교육은 물론 인터넷 텔레비전을 이용한 맞춤식 교육도 실용 단계에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교육은 그 기술적 기반을 넘치도록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주요 기업과 한국의 대기업들도 온라인을 활용한 사내 교육을 도입해 기본적인 업무연수는 물론 고도의 기술교육에까지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교육 선진국들은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함께 병행할 수 있는 블렌디드 러닝 학습 체제를 차곡차곡 구축해 가고 있고 명문 대학들은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우수한 강의들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새 정부가 앞서가는 교육, 국민을 섬기는 교육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한 수준 높은 평생학습 체제의 구축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만 한다. 200년 역사의 브리태니커 사전의 정보량을 5년 역사의 위키피디아가 누른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제 지식과 정보는 사회의 각 주체 간 열린 소통과 협업, 창조와 나눔이 약동하는 네트워크에 젖줄을 대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든 정책에 평생과 온라인이라는 다섯 글자가 항상 함께하기를 바란다.

임정근 경희사이버대학교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