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停戰체제 無力化 대응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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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3일 북한은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 폐쇄를 일방 통보함으로써 정전(停戰)체제의 양대 기둥인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를 모두 무력화시켰다.남북한간 평화협정이 성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같은 정전체제의 무력화는 남북관계를 불안 하게 만들고있다. 정전협정은 6.25전쟁 이후 남북관계를 관리해온 유일한법적 문서다.그러므로 정전협정이 무력화된다는 것은 남북한이 전시(戰時)로 돌입한다는 것을 뜻한다.따라서 현재 이렇게 정전협정이 무력화된다면 남북한의 평화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 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그 분쟁을 해결할 채널이 없다.
그러면 북한이 이렇게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인가.현재 북한은 김일성(金日成)사망이후 제기된 심각한 대내외적체제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北-美 정치수교를 핵무기 카드로 추진하고 있다.그런데 정전체제의 틀안에서 북한은 9 1년 3월이후황원탁(黃源卓)한국장성이 수석대표로 있는 유엔군사정전위를 통해야만 미국과 상대할 수 있었다.그러므로 북한은 미국을 직접 상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사정전위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군사정전위를 무력화시키면서 지난해 11월엔 북한지역에 불시착한 미군 헬기조종사 홀 준위등을 北-美 직접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도 했다.이후 북한은 이러한 北-美 직접채널을기정사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의 연장과 대통령재선을 위해 핵무기를 카드로 北-美 평화보장체제와 정치수교를 노리는 이러한 북한의 정책에 말려들었다.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채 北-美 평화체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보아 그 상대 주교전자(主交戰者)를美 제국주의자로 보기 때문이다.그래서 북한은 문제해결도 직접 교전한 미국과 해결하겠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남한은 정전협정의 유효성을 강조하면서 北-美간의 평화체제에 대한 직접협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지난해엔 남북한을 주당사자로 하면서 미국.중국등이 보증하는 「2+2」평화체제 방식을 검토하는 등 융통성을 보인 바 있다.그 리고 최근에도 정부는 북한이 北-美 평화협상의 공세를 강화하자「정전체제유지」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남북한 당사자간 평화협정 체결을 先제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당장 평화협정에 대한 남북한의 이해가 첨예해 협정 체결이 어렵고,그리고 정전체제가 무력화된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는남북관계를 과도기적으로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여기에는 유엔 차원과 남북 쌍방 차원의 방안이 있다.
우선 유엔 차원에서 유엔司가 이를 안보리에 즉시 보고해 안보리로 하여금 북한이 조속히 군사정전위로 복귀할 것을 권고하는 동시에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안보리의 경고를 담은 결의를 외교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이는 국제사회 가 북한의 정전체제 준수를 강제하는데 무난한 방안이다.
그다음 쌍방 차원에서는 군사정전위를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1992년5월7일)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로 대체하는 방안이 있다.본디 기본합의서 제12조에서 군사공동위는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포함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관리를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이것이야말로 평화체제의 과도기적 방안으로 남북한이 정전협정체제에서 남북기본합의서체제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것으로남북한 모두에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국내적으로 구속력있는 법적 문서화해 화해 협력단계에 맞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을 기본합의서 체제내로 유도하는 평화체제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外大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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