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폭탄 세일’해도 손님들 지갑 안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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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市)의 ‘스포츠 오소러티(Sports Autho- rity)’ 매장. 운동용품 전문점답게 넓이가 축구장만 하지만 손님은 10명도 채 안 됐다. 스키 코너에는 ‘80% 세일’이란 딱지가 붙어 있었지만 손님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계산대 직원마저 자리를 비웠다. 옆에 있던 재고품 매장은 1월 말 세일이 끝나고 또 가격파괴에 나섰으나 결국 문을 닫았다.

잠시 뒤 찾아간 볼더 시내의 ‘컴퓨 USA’ 매장. 히스패닉계 청년이 “점포 폐쇄를 앞두고 40~60% 깎아 떨이로 판다”고 외쳐댔다. 컴퓨터ㆍ모니터ㆍ프린터 세트를 500달러에 내놓았지만 손님들은 구경만 할 뿐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매장 매니저는 “올해 229개 매장 중 100개를 없애기로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침체의 잿빛 그늘은 콜로라도의 한적한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소비를 먹고 자랐다. 소비를 지탱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은 미국인들의 ‘현금인출기(ATM)’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부동산값 하락→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소비 위축→일자리 감소’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미국 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미 노동부는 2월 취업자 수(비노동 부문)가 6만3000명 줄었다고 7일 발표했다. 1월에 2만2000명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월가에선 미 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46.7포인트(1.2%) 떨어진 1만1893.69로 거래를 마쳤다. 심리적 지지선인 1만2000선이 무너지면서 1년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날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2000억 달러(약 188조원)를 추가로 긴급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18일 FRB의 추가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월가의 전망치는 0.75~1%포인트로 높아졌다.

덴버·볼더(미 콜로라도)=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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