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농협조합장 선거부터 없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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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농협 개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농림부는 올 업무보고에서 농업 관련 제도를 확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시했다. 농협은 그동안 비효율성과 방만한 경영으로 강하게 비난받아 왔다. "농민은 뒷전이고 직원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부터 비리의 복마전, 개혁의 무풍지대 등으로 불렸다. 그 결과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 교하농협에서는 대의원들이 스스로 조합 해산을 결의하고 경북에서는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농촌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농민들은 빚으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 농촌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농업 정책자금을 독점하고 농산물 유통망을 책임지는 농협의 실패에도 책임이 크다. 그런 만큼 농협 개혁은 위기에 빠진 농촌과 농민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농협 개혁은 무엇보다 직선제로 선출된 조합장이 모든 경영권을 갖는 시스템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직선 조합장들이 인사권을 포함해 경영 전반에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합장 선거에는 돈 봉투가 난무하는 등 타락과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그 결과가 방만한 경영과 비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조합의 경영은 직선 조합장이 아닌, 전문경영인(CEO)에게 맡겨야 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경영부실에는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선거과정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 선거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조합 운영에 경쟁 원리가 도입돼야 하며 경쟁력 없는 조합은 과감히 통폐합, 대형화해야 한다.

과거에도 농협 개혁은 수차 시도됐지만 의원들의 지역구 이해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제 농협의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번마저 개혁이 실패하면 농협의 존립은 물론 우리 농업의 미래까지 불투명해 질 수 있다는 각오로 이번 작업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