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미 대통령 선거로 반기업 정서 높아지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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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35면

Q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선 정치인들이 기업인의 탐욕과 불법·탈법행위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자본주의 기본 원칙을 알리는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미국 코네티컷 웨스턴에서 찰리 포튼)

“표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

A 기업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나친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후보자들의 비판 공세가 대통령 선거일인 11월 4일 이후에는 잦아들 것으로 봅니다. 정치인은 소속 정당이 어디든 선거 뒤에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인은 국민의 적이 아닙니다. 그들도 한 사람의 국민일 뿐입니다. 그들은 국민의 희망을 꺾는 게 아니라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선거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후보자들이 이 사실을 드러내놓고 말하기 정말 힘듭니다. 지지자들의 열정과 분노에 호소해야 합니다. 평소 질 낮은 행동을 한 기업인을 비난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일입니다.

후보자들의 기업인 공격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닙니다. 기업인 전체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강화합니다.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난 7년 동안 우리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그들(기업인)’을 위한 존재였습니다. 이제 여러분(국민)을 위한 대통령을 뽑아야 할 차례입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여러분’은 누구를 두고 하는 것일까요. 어떤 식으로든 기업과 연결되지 않는 ‘여러분’이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여러분’에는 학생이나 공무원,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도 포함돼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국민의 대부분은 기업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기업과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은 철면피이거나 냉혈한이 아닙니다. 수백만 달러를 보너스로 챙기는 월스트리트 플레이어도 아닙니다.

정치인이 말하는 ‘여러분’의 대부분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밤샘 실험을 밥 먹듯이 하거나 베트남·에콰도르 등지에서 이민 와 하이테크 벤처기업 주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내일의 꿈을 키워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부부가 하고 싶은 말은 기업인이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도 여러분과 같은 사람으로 가족과 직원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기업인이 불법·편법·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완벽하다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결점투성이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이 없습니다. 물론 질문자도 자본주의의 변호를 요구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인이 선거철을 맞아 고조되는 비판과 비난 공세에서 벗어나 자신들을 변호하는 길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서론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우리 부부가 보기에 적절한 답을 드리면, 별의별 말이 다 나오는 선거철에 기업인이 홍보를 강화한다고 해봐야 소용 없습니다. 11월 4일 대통령 선거를 치른 이후라야 정치인은 기업인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로 인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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