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실의 미드열전 <17> 클로저 ‘범죄수사 마무리, 내게 맡겨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2호 19면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 투수는 매트 멘타이였지만, 잦은 팔꿈치 부상으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하자 당시 감독이었던 밥 브렌리는 김병현을 마무리로 투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클로저’의 윌 포프 LA 경찰국 차장도 날로 늘어가는 강력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CIA 신문관 출신의 형사 브렌다 리 존스를 애틀랜타에서 데려와 강력범죄 특별수사국을 신설한다.

2001년 월드시리즈 4차전과 5차전에서의 저 유명한 블론 세이브의 악몽 때문에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했던 김병현이지만, 그 후 팀 동료들의 도움으로 한국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게 된다. ‘클로저’의 브렌다 역시 2001년의 김병현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낙하산 인사라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조지아의 걸쭉한 남부 사투리를 숨기지 못하는 노처녀에게 LA 경찰청 최고의 자리를 눈뜨고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마초 형사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설탕 중독에다 털털하고 직선적인 성격, 남녀를 막론하고 가장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브렌다의 업무 수행능력은 그 모든 구설을 잠재운다. 시청자들은 안다. 그 어떤 범죄에도 자백을 받아내고야 마는 브렌다가 진정한 LA 경찰국의 마무리 투수, 즉 범죄수사의 클로저라는 사실을.

2005년 첫 방송을 내보낸 범죄수사 드라마 ‘클로저’는 오리지널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시청률 최고 기록을 거듭 경신하면서, 타임워너 계열의 케이블 채널 TNT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케빈 베이컨의 아내로도 유명한 배우 키이라 세즈윅이 능청맞으면서도 귀여운 연기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플린 경위와 프로벤자 경위의 배꼽 잡는 코믹 연기와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캐릭터들이 흥미진진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