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앞서가는 東南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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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얼마전 싱가포르.홍콩.태국 등지에 출장갈 일이 있었다.이 나라들을 둘러보고 전에 못느꼈던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우리보다 훨씬 처져 있다고 은근히 얕잡아 보기도 했던 이 나라들이 어느 면에서는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 싱가포르는 조그만 도시국가이다.인구는 서울의 3분의1도안되는 3백만명.그러나 싱가포르는 지금 동남아및 전세계에 퍼져있는 화교들의 집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또한 미래를 향해 돌진중인 중국으로 가는 길목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이후를 겨냥한 발빠른 행보가 벌써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홍콩은 또 어떤가.역시 조그마한 이 나라가 금융및 마케팅 분야에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음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심지어 태국까지도 우리에 비해 1인당 GNP는 뒤지지만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소양과 세계화를 향한 열린 마음은 우리보다 저만큼 앞서간다는 게 필자의 아픈 결론이다.
이들만이 아니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역시 놀라운 기세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영어권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영어가능 인구가 전국민의 3분의1이 넘는다는 사실이 벌써 우리를 주눅들게 한다.이 두나라에는 회교도들 이 많은데 이들의 성실하기 그지없는 생활자세도 우리로선 부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동남아권 사람들과 미국출장을 다녀온 우리 유통업체 사람의 말을 빌리면 어디가나 담배를 피우지 못해 안달을 하고 밤이면 늦도록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 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한다. 이를 의아해 하는 듯한 눈치여서 동남아 사람들에게「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더니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다.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 아니라 혹 경멸하는 표정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성 주인터내셔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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