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응권 발동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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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를 앞두고 서방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구(舊) 공산권에 속했던 동유럽과 발트해 연안국들이 새로이 EU 등에 포함되면서 소련 시절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나토가 올해 새로 가입하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 군사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밝히자 러시아가 발끈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6일 "냉전 체제 붕괴 이후 러시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며 "나토가 대(對) 테러 대책 등을 명목으로 발트 3국에 기지 설치를 강행하면 러시아도 대응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나토 정찰기가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상공을 정찰 비행하자 러시아 공군 정찰기가 발트국 국경을 따라 항의 비행하는 일촉즉발의 긴장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또 발트 3국을 비롯, 올해 나토에 가입하는 구공산권 7개국이 유럽 내 재래식무기제한협정(CFE)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대한 나토의 군대 배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모스크바는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오는 6월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오는 5월 발트 3국과 구 동구권 국가 등 모두 10개국이 EU의 새 회원국이 된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참가자들은 러시아가 1997년 EU와 체결한 우호협력에 관한 협정을 신규 회원국에도 자동적으로 확대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외교.경제적 특혜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우호협력 협정을 신규회원국에도 그대로 적용하지 않으면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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