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HOPPING] 장맛보다는 뚝배기 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요즘 혼수 주방용품 시장의 두드러진 추세는 간소화와 실용화다. 특히 식기의 경우 ‘당장 쓸 그릇만 먼저 구입하자’는 실용파가 많다. 주방용품에도 명품 브랜드 한두 가지를 섞어 넣는 것도 또 다른 유행이다.

그릇 50개 한꺼번에 장만하지 마세요=“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릇·대접·접시가 44~48개 정도로 구성된 8인용 세트가 혼수용으로 가장 대중적이었다.” 현대백화점 김재현 바이어의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24개 안팎의 4인용 구성이 가장 많이 팔린다. “집에서 그릇 쓸 일이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식구는 적고, 집에 손님이 오는 일도 드물고, 외식도 자주하기 때문이다. 수량이 걱정된다면 공기·대접은 6~8인용 정도로 조금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싫증날 때를 대비해 접시·반찬 그릇은 너무 많이 준비해 놓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식기 세트가 같은 패턴으로 구성되던 것도 옛말. 한국도자기는 최근 야생화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 세트(필드플라워)를 출시하며 그릇마다 모두 다른 꽃을 그려넣었다. 그림 기법과 색채를 통일했지만, 그릇 하나하나가 다른 모양인 것. 이 회사 김소연 디자인실장은 “단조로운 것을 싫어하고 싫증을 잘 내는 신세대들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접시엔 만개한 장미를 그려넣었다면 작은 접시엔 장미 봉오리를 그려넣는 등 변화를 줘야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이블을 감각적으로 꾸미려는 이들은 접시와 샐러드볼, 뚝배기같이 테이블 중앙에 놓이는 식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공기·대접은 얌전한 디자인을 고르고 이들 제품은 화려한 것을 고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릇의 형태에서도 변형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코렐로 유명한 월드키친의 김현경 대리는 “믹스앤매치 유행에 따라 사각형·타원형 접시가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리도구 한두 가지는 마음에 쏙 들게=조리도구 시장엔 독일산 명품 바람이 거세다. 휘슬러·WMF·실릿·헹켈처럼 백화점 매출을 휩쓰는 브랜드가 모두 독일산이다.

최근 이들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높아진 것은 가격대를 조금 낮춘 실속 라인이 많이 소개됐기 때문. 2년 전만 해도 혼수용 3종 세트를 200만원대 초반에 내놓곤 했던 휘슬러는 최근 5종 세트를 100만원대 중반에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 안수진 과장은 “수입 조리도구 브랜드가 대중화되며 실속 있는 라인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수입 주방용품의 선전에는 신세대 주부들의 명품 선호 현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백화점 김부식 과장은 “4대 브랜드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며 주부들 사이에서 ‘독일 제품이 최고’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요리하는 데 취미를 붙이려면 압력밥솥이나 프라이팬같이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한두 가지 품목은 고급으로 장만하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냄비의 경우 냄비 외벽 두께 등 품질을 먼저 따져야지, 브랜드나 디자인을 먼저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특히 외관이 화려한 법랑냄비는 떨어뜨리면 코팅이 깨지기 쉬워 초보 주부들에겐 맞지 않다. 식사 패턴도 고려해 조리도구를 장만해야 하는데, 밥을 자주 먹지 않는 신혼부부라면 전기밥솥보다 2~3인용 소형 압력밥솥을 사는 것이 좋다. 밥 짓는 속도가 15분 안팎으로 빨라 그때그때 밥을 지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