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競選정신 더럽히는 舊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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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얼마전까지 정가에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던 유행어가 하나있었다.「경선의 미학(美學)」이다.여야의 시도지사후보 경선이 그럴듯하게 보이면서 나오게 된 말이다.경선예찬은 거의 경선지상주의에까지 이를 정도였다.그만큼 민주당 경기도 경선 전까지는 모양이 괜찮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풀뿌리의 힘」을 보여줬다.전남경선에서는 낙하산인사가 거부당했다.전북경선에서는 신인당선으로 한줄기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전북경선은 이와함께 당내 유력인사의 측근이 당선됨으로써 역설적이긴하지만 현실은 현실로 든든한 뿌리가 있음 을 확인시켰다. 민자당도 서울과 경기경선을 통해 정치개혁의지를 입증했다.
제한적이긴해도 여당으로서는 의미있는 중요한 변화다.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여기까지가 이를테면 경선의 명(明)이었다.그러나 13일 저녁민주당의 경기경선은 경선의 암(暗)을 보여줬다.강렬한 대비였다.그차이가 너무 분명해 흑백의 경계만큼이나 뚜렷했다.
민주당의 경기경선은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부작용들을 뷔페식으로 보여줬다.으레 있게 마련인 향응.금품제공등 불.탈법 사전선거운동시비가 등장했다.현장에서의 욕설과 폭행,그에 따른 부상과맞고발 으름장도 빠지지 않았다.투표함이 봉해진채 개표는 중단되고 말았다.
백미(白眉)는 말할 것도 없이 매표의혹을 받고 있는 돈봉투사건.결국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그래서 민주당의 경기지사 경선은 경선예찬론자들을 무색케하고 있다.사실 어느 선거든 과열과 타락,불.탈법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조금만 잘못되면 바로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돼있다.
하지만 이제 공직선거후보를 경선으로 정하는 관행은 대세가 됐다. 이제 어느 절대권위도 경선의 흐름을 막을수 없게 돼가고있다.총선과 대선후보를 야당은 물론 여당역시 실질적 경선으로 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유권자와 후보중 어느 한쪽만이라도 돈봉투를 외면했더라면 사건은 원초적으로 소멸됐을 것이다.
경선한다면서 이같은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바로 「추악한 민주주의」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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