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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후불제’ 도입해 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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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평균 6∼9%에 달한다. 국공립대의 인상률은 사립대의 두 배 수준(8∼14%)이라고 한다. 대학은 이제 소 팔아 자식을 보내는 ‘우골탑’에서 ‘모골탑’ ‘인골탑’으로 변하고 있다. 대학생 자녀를 가진 주부와 대학생을 취업으로 내몬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등록금 고지서가 저승사자 통지서로 인식돼 자살하는 사람도 생기는 현실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인 보완이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저소득층 대학생이 17만 명에 이르는데도 실제 학자금을 대출받는 대학생은 2만여 명에 불과하다. 올해 대출금리가 7.65%로 인상된 학자금 대출제를 대폭 손보아야 한다. 무이자 대출로 전면 확대하는 것이 옳다.

둘째, 대학 등록금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교육재정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4%에서 7%로 확대해야 한다. 선진 국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8년 현재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80%다. 40% 수준인 미국과 10% 미만인 유럽 국가에 비해 몇 배나 높은 수준이다.

셋째, 등록금을 도시근로자 연간소득을 고려해 책정하는 ‘등록금액 책정 상한제’와 ‘등록금액 차등 책정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등록금을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올릴 수 없는 ‘등록금 증액 상한제 도입’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등록금 후불제도의 도입도 고려돼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넷째, 투명하고 독립적이면서 효율적인 등록금 제도 운영을 위해 각 대학의 등록금 책정 심의기구를 법제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확대 등에 대한 규제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용도나 목적도 분명치 않은 재단적립금이 대학마다 쌓이고 있다. 대학들은 물가인상과 국고보조금 감소, 시설투자를 등록금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재단들의 적립금이 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산을 높게 잡고 지출은 줄이는 소위 뻥튀기식의 적립방식이다.

여섯째, 정부지원금이 사립대 재정의 5% 미만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여입학제는 대학의 재정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교육 부실을 막는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기부금제도가 대학의 위화감과 특혜 시비의 우려도 있으나 이젠 그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