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21>9.大런던의회 없애버린 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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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는 7월 민선 자치단체장이 취임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혹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혹은 자치단체간에 적잖은 갈등이예상되나 이를 해결할 구조와 태도에 대한 준비는 부실하다. 내무부등 정부부처는 뒤늦게 제도미흡을 깨닫고 대책마련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으나 뚜렷한 처방은 나오지 않고있는 상태다. 전면적 지자제 실시에 따라 예상되는 갈등의 유형과 대처방안에 대한전문가의 진단을 싣는다. <편집자 주>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법률에 위임한 자치권의 범위내에서의 자치인 까닭이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별개의 독립국가인 듯 중앙정부와 정면대립하면 중앙정부는 해당 자치단체의 폐지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도있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원조라는 영국에서 최근 일어났던 일이다. 86년 4월1일 만우절에 대처 영국총리는 거짓말 같은조치를 취했다.
대대적인 지방자치법 개정(85년)을 통한 지방행정 구조개편을단행한 것이다.
그 결과 대런던의회를 비롯한 6대도시 자치단체가 없어지고 소규모 자치단체로 분할됐다.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서울특별시및 각 직할시 광역 자치단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명분은 방만한 기구를 축소하고 행정을 효율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장악한 광역 자치기구를 없앤 정치적 처방이라는게 일반적 해석이다.
대런던의회의 생성과 소멸은 자치계층과 자치구역의 문제가 얼마나 정치적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대런던의회는 1963년 舊런던 지역의 12개 자치구에 외각의12개 자치구,그리고 특별자치구인 런던시가 합쳐 탄생됐다.
생활권의 확장에 따라 광역사무를 원활히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사회주의 세력의 약화를 위한 조치였다.
당시 舊런던은 사회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반면에 도시외각은 중산층이 많은 관계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었다. 양자를 외각 우세 비율로 통합하면 사회주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의도대로 맞아들어갔다.
그러나 70년대 말부터 통합 대런던의회에 역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81년 대런던의회를 노동당이 장악했고 사회주의 정책을내놓았다.
웨스트민스터에서 빤히 보이는 청사에 대처의 정책을 비방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실업자수를 홍보했다.
대처가 레드 켄(빨갱이 켄)이라고 기피하던 대런던의회의 수장리빙스턴 켄은 대처 총리에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지방자치란 중앙이 위임한 자치권의 범위 내에서 이뤄질 뿐 자주독립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하는 대처식 중앙의 조치였다.
『법은 의회에서 다루고 중앙의회는 여당세에 의해 좌우된다』는사실을 조용히 보여준 사례였다.
대런던의회 건물은 일본 자본가에게 팔려 호텔로 변해버렸다.
그후 런던은 광역적으로 처리해야 할 수많은 사안을 놓고 도시생명력 보존을 위한 묘안 백출 양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특별목적 광역단체의 속출 난립이 그것이다.
대런던이라는 생명체를 조각낸 결과는 행정의 낭비와 혼란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이 좋을 듯생각된다.
획일화 발상은 일찍 버리는 것이 세계화 추세에 부응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다원화요 특화이기 때문이다.
〈한양대교수.지방자치연구소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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