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1 "숨은그림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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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번 어린이날의 TV프로중 KBS1-TV의『숨은 그림 찾기』(5일 방영)는 단연 돋보였던 수작(秀作)이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형식.세가지 독립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형태로 꾸몄다.이 자체가 참신하고 독특한 시도였다. 뻔한 스토리를 질질 끌다 결국에 가선 주제마저 흐려놓기십상인 여느 「엿가락 프로」와는 전혀 달랐다.오히려 좀 짧지않았나 할 만큼 콤팩트했고 극 진행속도가 빨랐다.
사실 이 프로는 교양 다큐멘터리물에 속한다.그러나 드라마적 터치를 한껏 가미,리얼리티를 잘 살려낸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주는데 성공했다.
보통 다큐물은 각 장면이 독립적이지만 그것과는 달리 각 장면의 연결들이 자연스러웠다.어딜봐도 무리하게 꿰맨 흔적이라곤 찾기 힘들 만큼 스토리 진행이 전체적으로 매끄러웠다.여기엔 무명아역 연기자들의 능청스럽고 깜찍한 연기력이 뒷받 침됐다.
이 프로그램이 다룬 세토막의 스토리는 「통닭과 병아리」「거울과 돋보기」「엄마의 그림자」.이중 「거울과 돋보기」는 백미였다. 극중 배경은 탄광촌의 시골 국민학교와 폐허가 된 탄광촌.이두장소에서 가난한 국민학교 어린이 3명이 벌이는 그들 나름대로의 긴강감을 왜곡하거나 부풀림없이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
카메라의 시선을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과감하게 낮춤으로써 얻어낸 소중한 결과였다.바로 이 대목은 다른 어린이 프로와의 차별성을 가져다준 최대의 요인 아닌가 싶다.소재만 어린이를 쓴다고해서 다 어린이프로가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기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인 뚱보,그의 단짝인 절름발이 소년,그리고 이들을 못살게구는 악동,이 세명이 마을 다리위에서 맞부딪치는 대립 장면은 인상적이었다.풀셧과 롱셧으로 처리된 이 장면은 겉으론 평화롭지만 그안에선 갈등이 내재된 「우리의 시골」 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즐겨먹는 통닭과 시골집에서 기르는 닭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시선을 그린 「통닭과 병아리」나 아이에 대한 엄마의 비뚤어진 기대를 탓한 「엄마의 그림자」가 극적 요소없이 평범했던게흠이라면 흠이었다.연출자 이장종씨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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