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남에는 핵 위협, 미에는 뉴욕 필하모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는 “미국과 남조선 호전 세력들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압살하려는 기도를 끝내 실현하려 한다면 오랫동안 비싸게 마련해 놓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주동적 타격으로 맞받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강위력한 억제 수단을 마련한 것이 얼마나 정당했는가를 실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에둘렀지만 사실상 핵위협이다.

한·미가 실시 중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은 방어훈련이다. 군대를 보유한 국가 중 이런 훈련을 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북한군도 겨울·여름 기동훈련 등 각종 군사훈련을 한다. 지난 1월 북한 공군기의 하루 출격 횟수는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퇴임하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도 “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서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북한이 핵대응 위협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우리 민족이 핵전쟁의 참화를 입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는 핵개발에 대한 북한의 해명이 허구임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장롄구이 교수도 “북한이 핵을 통해 남한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이 묘하다. 미국 뉴욕 필하모니를 초청해 미국에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한국에 대해서는 핵위협을 하는 형세다. 이러니 북한 핵이 남쪽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헛소리들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까지 이행키로 했던 핵신고를 두 달 이상 넘기고 있다. 아직 핵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도 없다. 북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할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신고를 둘러싼 요구 수준을 완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는 새 정부에 심각한 안보 도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를 타개하려면 무엇보다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을 놓고 한·미 간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하되 핵위협에 대해서는 분명한 대가가 있음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