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입문기>이기성 계원조형예술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육상에서 망원경같이 생긴 것으로 거리를측량하고 평판에 연필로 그려 지도를 제작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컴퓨터라는 것이 지도를 그려준다』는 교수님의 말씀.31년전인 64년 봄의 서울대문리대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이 다.당시 불암산밑에 있던 공대에 가서 컴퓨터개론과목을 몰래 훔쳐들은 것이 「뚱보강사」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전자계산일반(EDPS)책을 들고 다니면 『뉴스위크』나 『타임』을 들고다니는 것보다 더 우러러(?)보던 시절이었 다.
58년 중학생 때 청계천에는 진짜로 물이 흘렀다.뚱보강사는 버스값과 전차값을 아껴 군대에서 흘러나온 진공관.스피커.콘덴서를 사러 이곳에 자주 갔었다.3구 진공관 라디오를 조립하고 5구 라디오를 만들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송신기를 더 좋아하게돼 무허가 방송을 시작했다.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대문앞에 피같은 진공관이 무참히 깨져 딩굴고 있었다.방첩대인가 어딘가 간첩잡는데서 나와 모조리 부수고 갔다는 거였다.
아까운 모든 것이 대문밖 쓰레기통 신세가 된 날 뚱보강사는 밤새도록 울었다.
68년 통역장교로 육군본부에 발령받고 보니 말로만 듣던 컴퓨터가 있었다.드디어 대형컴퓨터가 육군소위의 개인용컴퓨터(PC)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이 커다란 물건으로 촌스러운 짓은 다해보는 행운을 만끽하다 81년 일제와 미제 PC를 만나면서 대전환을 맞았다.예쁜 사과가 그려진 애플컴퓨터를 가까이 하다 하드디스크가 달린 XT가 나오고 AT.386.486.펜티엄으로 이어지는 IBM호환기종으로 발전했다.
뚱보강사가 PC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대형컴퓨터를 배운 나도 이렇게 PC배우기가 힘든데 컴퓨터에 기초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컴퓨터를 배울까」하는 거였다.그래서 컴퓨터에 대한 공포증을 없애주기 위해 『컴퓨터는 깡통이다』라는 책까 지 쓰게 된것이다.지금이라도 컴퓨터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은 도스니 윈도우니 하는거 이전에 컴퓨터에 대한 공포증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