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비행사에 간 이식해준 비행사 “빨리 퇴원해 다시 날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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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삼구(左) 회장과 유원동 기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원동(42) 기장은 간경화를 앓던 같은 회사 정윤식(48) 기장에게 지난달 간의 일부를 떼어 이식해 줬다. 둘은 20년 전 공군 훈련비행단의 훈련 조종사와 교관으로 만난 뒤 아시아나항공에서 함께 근무해 왔다.

유 기장은 “간을 떼어 준 직후 정상 크기의 30%까지 줄었던 간이 이제 80%를 웃돌 정도로 자랐다”며 “곧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퇴원 뒤 운동을 열심히 해 다시 비행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회복 중인 이들은 2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병문안을 받았다. 박 회장은 유 기장을 포옹하며 “동료에게 간을 나눠 준 당신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정말 장한 일을 했다”고 격려했다. 그는 간 이식을 받은 정 기장이 누워 있는 무균실에도 찾아가 격려했다.

박 회장은 “우리 그룹의 모토가 ‘아름다운 기업’인데 선행을 실천한 직원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 아이에게 ‘내가 아프면 간을 떼어 주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은 절대 안 생겨야죠’라며 대답을 회피하더라”며 “자식도 부모에게 하기 힘든 일을 동료에게 베풀어 생명을 구한 것은 정말 큰일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조종사의 수술비와 입원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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