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성칼럼] 임신하면 더 필요한 성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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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애 떨어지면 어떡해?”

30대 중반의 C씨 부부는 늦깎이 결혼에 신혼도 없이 서둘러 임신에 성공해 3개월째다.

너무나 반가운 임신이지만 그들의 성생활은 널뛰기 장세다. 성생활을 하려니 배 속의 태아에게 무슨 악영향이 갈까 봐 두렵고, 피하기만 하자니 부부 사이가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성행위 때 강한 피스톤 운동이 태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특히 이전에 유산 경험이 있거나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임신한 커플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미신이다. 뉴욕대 풀브라이트 박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임신 중 성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태아를 둘러싼 양수가 완충 역할을 훌륭히 하고, 피스톤 운동의 방향과 태아가 놓인 자궁의 방향은 ㄱ자로 꺾여 있어 피스톤 운동의 강한 압력이 자궁에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이때 일반적인 남성 상위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남성의 체중에 자궁이 눌리기 때문이다. 임신 부부에게 가장 훌륭한 체위는 여성 상위로 밝혀진 지 오래다. 여성이 삽입 깊이와 속도·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옆으로 누워 관계를 갖는 측와위, 남성이 뒤에서 하는 후배위도 임신 때 바람직한 체위에 속한다.

물론 임신 중 성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다. 전치태반이나 양막 파열 증상이 있거나 조산한 적이 있다면 특히 자제해야 한다.

“내가 배불뚝이라서 매력이 없는 거지?”(C씨의 아내)
“난 당신이 성욕이 없을 거라 여겼어.”(C씨)

C씨처럼 많은 남성은 임신한 아내에게 성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신 여성은 임신 초기에 입덧·피로감과 체내 호르몬 변화 등으로 극도의 성욕 저하를 보일 뿐 3~4개월이 지나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 성욕이 회복되거나 더욱 증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임신 중에는 평소보다 골반부로 향하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성기능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설도 있다.

임신하면 평소보다 더욱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는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그런 면에서도 적절한 성행위는 정서적인 면에서도 도움된다. 이런 시기에 무턱대고 성행위를 회피하면 그만큼 부부 사이가 금 갈 가능성도 높다.

감정과 신체 상태가 급변하는 임신기에는 출산 준비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성생활에 대해 부부가 터놓고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 낯선 길은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길동무도 되고 덜 불안하기 때문이다.

강동우ㆍ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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