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보다 일 먼저” … MB, 국무회의 틀부터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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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다양한 방법으로 청와대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1차적으론 겉 틀을 바꾸는 하드웨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3일 처음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 모습부터 확 달라진다. 우선 배석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숫자가 줄어든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과거 20명이 넘던 배석 비서관의 수를 10명 안팎으로 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참석자가 많아 밀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고, 각 부처의 홍보성 보고 위주로 진행된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테이블 좌석 앞에 설치돼 있던 5∼6개의 LCD 모니터도 없애기로 했다. 참석자들이 더욱 밀착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또 이동이 불가능했던 기존 의자는 바퀴가 달린 기능형 철제 의자로 교체된다. 참석자들이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 비서관회의에서도 “청와대에 들어와 보니 (좌석 배치 등이) 너무 비효율적이더라”며 “회의실 탁자도 마치 로마시대의 가구 같더라”고 말했다. 한 비서관이 “비서관들의 사무실을 없애고 유관 비서관 사이에는 칸막이도 없애자”고 제안하자 즉석에서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했다.

전날 학군 장교 임관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군 장성들의 자리를 단상 아래로, 대신 학부모 좌석을 단상 위로 바꾸는 격식 파괴를 선보였다. 이 대변인은 “3·1절 기념식에서는 과거 대통령 부부 앞에 놓여 있던 책상이 사라지고, 대통령 부부는 독립 유공자와 같은 열에 앉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부부의 호칭도 ‘이명박 대통령’ ‘김윤옥 여사’로 통일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재완 정무수석 내정자가 ‘대통령님’ ‘여사님’이란 표현을 피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하자”고 수용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거 현대건설 재직 시 겪었던 말레이시아의 격식 파괴 경험을 소개했다.

“페낭에서 큰 공사를 따낸 뒤 기공식이 예정돼 있었다. 마하티르 총리를 위해 큰 의자를 준비했다. 그랬더니 정부 관리가 찾아와 ‘우리 총리만 엉덩이가 큰 것도 아닌데 왜 다른 의자를 준비하느냐’고 말하더라.”

이 대통령은 “당시 이런 경험을 하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꼭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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