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대구참사 시민제보로 첫방송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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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8일 오전7시50분에 터진 대구폭발참사의 끔찍한 실상이 TV화면에 첫 공개된 것은 1시간쯤 뒤인 오전8시58분.MBC가긴급편성한 뉴스속보에서였다.단조로운 구도의 3분짜리 현장화면속에 치솟는 시커먼 불길은 1백여명이 몰살당한 어 처구니 없는 참극을 그대로 증언해줬다.타방송사보다 30분 빨랐던 이 특종화면은 전문방송기자가 아닌 일반시민의 작품이었다.현장근처에 사는회사원 서영호씨가 자신의 8㎜캠코더에 참변을 담아 대구MBC로제보한 것.서씨처럼 우연히 목격한 대형사고를 비디오로 찍어 방송사에 제보하는「시청자 카메라기자」들의 활약이 최근 2,3년간눈에 띄게 늘고있다.
지난해 12월 서울마포구 아현동가스폭발사고때도 시청자가 KBS에 현장화면을 제보했으며,같은해 10월 충주유람선화재사고때도시청자가 비디오.사진을 방송사에 제공했다.
MBC보도국관계자는『교통사고.화재 등은 한달에 30~60건까지,이번같은 대형사고도 1~2건씩은 꼭 화면제보가 들어온다』며『뉴스에 채택된 제보화면중 우수작을 매달 선정,20만원가량의 상품을 주고있다』고 밝혔다.KBS역시 뉴스가치가 있는 화면을 제공한 시청자에게 5만원상당의 답례품을 주며 제보를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아마추어 비디오기자」의 대두는 90년대이후 8㎜등 들고 다니며 찍는 소형캠코더 보급이 확산되면서부터.MBC관계자는『집안 경조사등 전통적인 홈비디오소재에 만족하지 못한 비디오광들이 92년께부터 사고현장을 찍은 뉴스화면을 방송 사에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들의 제보내용은 차량충돌.이웃집화재 등 뉴스가치가 없는 게 대부분이며 촬영기술도 엉성한 수준.그러나 대구참사처럼 급작스런 대형사고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인만큼 방송사들은 제보유도차원에서 가능하면 매일 한컷씩「시청자기사」를 뉴스에 싣도록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MBC는 한발 더 나아가 시청자가 직접 기자로 뛰는「나도 리포터」란 코너를 29일부터『뉴스투데이』(월~토 오전6시)에 신설,비디오광들의 TV진출 유도에 나섰다.매주 토요일 2부(오전6시40분)시간에 방송될 이 코너는 ■청자가 자기주변의 문제점.미담.화제 등을 2분짜리 기획기사로 제보하는 본격 참여프로. 29일 첫방송에는 모백화점이 인근고교운동장을 고객주차장으로 변칙활용하는 현장을 시청자 김모(25.여)씨가 직접 찍고멘트를 붙여 보도했다.기획자 MBC김철호팀장은『단순 화면제보에서 벗어나 시청자가 기자와 동일하게 취재.보도하는 방 송사상 초유의 참여뉴스』라며『교통악화로 기자들의 현장접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시청자의 비디오취재는 뉴스에 활력을 더해주는것은 물론「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임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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