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산신령’ 조순 지구 두 바퀴 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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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조순 전 서울시장

조순(80) 전 서울시장은 최근 3년간 8만㎞ 이상 출장을 다녔다. 경제학자나 공직자로서가 아니다. SK에너지 사외이사로서다. 그는 미국 휴스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중국 상하이에 있는 SK에너지 해외 지사는 물론 경남 울산 등 국내 현장도 누볐다. 지구 두 바퀴에 달하는 거리를 다니면서 웬만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못지않게 현장경영을 펼친 것이다.

그는 “2003년 SK가 외국의 투자운용사인 소버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직후 사외이사 멤버로 들어왔다”며 “현재 이사회 산하 위원회 중 투명경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근이지만, ‘일하는 사외이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SK에너지의 현재 사외이사는 6명. 전체 이사회 멤버 9명 중 3분의 2가 사외이사다. 멤버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조 전 시장을 비롯해 한영석 전 법제처장, 남대우 상지경영컨설팅 대표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 전 시장에 따르면 SK에너지의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이 아닌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정유 합병과 관련, 남대우 이사가 “당장 합병보다는 상장 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SK에너지 사외이사들의 지난 3년간 출장거리를 모두 합치면 45만㎞. 지난해에는 사외이사 한 명이 업무 파악을 위해 만난 직원 수가 109명에 달했다. 사외이사 한 명이 회사 업무에 쏟은 시간도 390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한 달 반가량이다. 지난해에만 이사회 17회, 위원회 45회를 열었고 각종 행사와 사업장 방문 횟수가 35회에 이른다. 회사 측에서도 사외이사들을 위해 사무실과 회의실을 제공하며 이들의 경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조 전 시장을 포함한 사외이사들의 최근 3년간 활동을 담은 이사회 백서를 최근 펴냈다. 사외이사들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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