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무역협상 어디로 양국입장.전망진단-향후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육류.식품의 유통기한에 대한 韓美무역실무협상이 최종 결렬됨에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산 자몽문제에 이어 또다시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 무대에 서게 됐다.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가면 우리측으로서는 우선 60일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그동안 韓美간 쟁점이 됐던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정부는 대체로 이 단계에서 韓美간에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 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TO분쟁해결절차에 처음 회부됐던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간의 석유화학제품 분쟁이 당사자간 협의단계에서 타결된 것도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국제기구에 넘기는 것이 미국과의 통상압력에서 정부가 끝까지 밀리지 않고 버텨냈다는 명분을 찾을 수 있다.특히눈앞에 닥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할 경우쏟아질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된 점은 정치적으 로 큰 짐을 던셈이다.또 이번에 양보하더라도 앞으로도 다른 품목을 놓고 미국과 양자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이 뻔하다면 차라리 WTO의 제소절차를 통해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WTO분쟁절차가 마냥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당장 미국이 양자간 협상에서 압력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이번에 문제가 된 육류.식품이외에 자동차등 다른 품목에서 한국의 강경대응을 무산시킬 정도의 강수를 들고나올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또 WTO의 분쟁해결절차 끝에 나온 결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나올 경우 이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등 다른 WTO회원국들에도 미국과 동등한 대접을 해줘야 하는 부담을 진다.
당사자간 협의에서 타결이 안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만일 분쟁해결기구의 패널구성까지 갈 경우 우리가 반드시 유리하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이미 호주.뉴질랜드등 다른 육류수출국가들과 입을 맞춰WTO의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가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金鍾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