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사 검증 시스템 있기나 한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명박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 후보인 남주홍씨와 환경부 장관 후보인 박은경씨가 어제 사퇴했다. 새 정부 출범 전날인 24일에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가 물러났다. 새 정부 장관 후보 15명 가운데 3명이 국회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한 것이다. 몇 명의 장관 후보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도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국민들은 첫걸음부터 휘청거리는 새 정부의 출발에 불안해하고, 각료 후보들의 도덕적 흠결에 위화감과 당혹감을 느낀다. 이는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각료 후보 3명의 사퇴 이유는 재산 취득 및 형성 과정, 이중 국적 여부로 모아진다. 이 같은 사안은 사정(司正) 업무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관계기관에서 서류 열람만 하더라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이뤄졌다는 방증인 셈이다. 인사 관계자들은 “지난 연말부터 중앙인사위, 국세청, 경찰, 금감원 등에서 전문가들을 차출해 대상자를 엄선했다”고 말했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후보가 너무 많아 검증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을 비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재산형성 과정에 불법과 탈법은 없었는지 따지는 것은 우리나라 공직자 인사검증의 기초 가운데 기초다. 도대체 무슨 기준과 원칙에 따라 무엇을 검증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 정권처럼 무리한 ‘코드 인사’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여야 모두 정략적인 이유 등으로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청문회에서 후보들의 정책 수행능력이나 비전, 역량, 애국심, 열정 등의 자질을 따지는 것은 의원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새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할 일이 생겼다. 만신창이 상태인 것으로 입증된 기존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제대로 다시 짜야 한다. 인사가 제대로 되어야 일을 해도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