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법개혁안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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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수개월간 각계의 관심속에 진행돼온 사법계혁작업의 결과가드디어 발표됐다.그간 이 야심찬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며 혹시 좌초하지는 않을까 가슴졸여온 한사람으로서 다소 마음이 놓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특히 법학교육개혁이 구체적으로 시행될 때에 대학이 떠맡아야할 막중한 책무를 생각하면 자못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사실 법학계는 이러한 개혁의 의미를 일찌감치 간파했기 때문에사태의 진행을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법조인 양성제도에「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은 현재 그주된 책임을 맡고 있는 법학교수들이「근본적인 잘못」을 저지르고있다는 말과 통하기 때문이다.누군들 그러한 자기부정이 달가울 것인가. 이번 사법개혁이 놀라운 것은 이처럼 관련 이익집단이 모두 반대하거나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된 개혁안은「시험을 통한 선발」이라는 기존의법조인력충원제도를「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한다는 커다란 골격외에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매듭을 지어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아니다.법학교육학제의 확정,80여개에 이르는 기존 법학과의 처리,교과과정의 개편,법조인 선발인원수의 확정등 관련집단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각자의 이익만을 내세우다가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들이 겹겹으로 기다리고 있다.그러한 난관을 극복하기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기득권을 초월한 대승적인 자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끝으로 이번 개혁의 성패를 가름할 것은 결국 교육주체인 대학과 교수들의 자세와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상당수의 양식있는 법조인들이 현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개혁에 선뜻 동조할수 없었던 이유도 학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대학은 개혁이 요구하는 수준높은 교육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 물음에 자신있게『과연 그렇다』고 나설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그러나 마냥 준비가 되기만을 기다리다가는 개혁은 영영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대학이 해낼 차례다.대학은 철저한 자기 변신과 발상전환의 각오와 결의가 없이는 이러한 중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한편으로 대학의 처절한 노력을 촉구하고,다른 한편으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회각계의 관심이 무엇보다 아쉬운 시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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