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방사선 요주의-가슴촬영前 임신여부 꼭 확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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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임신 5주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던 L(29)씨.얼마전 직장신체검사를 위해 들른 H의원에서 무심코 가슴방사선 촬영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L씨처럼 임신 5주까지 임신사실을 모르는 경우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문제는 이때가 태아의 주요 장기가 형성돼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물론 임신 사실을 모른채 검사에 임한 L씨의 잘못도 있으나 근본적인 책임은 의사의 진찰과 임신확인도 없이 혈액검사.방사선촬영등 기계적 검사위주로 이루어지는 현행 직장 검진체계에 있다. 『태아 상태는 좋습니다.가슴촬영을 하고 가십시오.』 최근 출산을 앞두고 J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H(28)씨에겐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은 의사의 권고였다.
가슴촬영 때 피폭되는 X선량이 매우 적은 양(0.05라드)이고 산모촬영 때 납으로 자궁부위를 가린다고는 하나 방사선을 쬐는 것이 해로운 것만은 엄연한 사실임을 감안할 때 산모와 태아가 모두 건강함에도 가슴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알고 보니 이 병원을 찾는 모든 산모는 일괄적으로 가슴X선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많은 결핵감염유무를 알기 위해서,그리고 제왕절개때 안전한 마취와 수술을 위해 꼭 필요한 검사』라는 것이 병원관계자의 설명이다.그러나 결핵유무는 투베르쿨린 반응검사와 증상소견만으로 충분하며 결핵이 의심될 때만 가슴촬 영을 시행하면 된다. 제왕절개 역시 분만 당시 수술받을 산모만 가려 가슴촬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결국 병원편의성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불필요한 가슴촬영이 산모들을 불안케하고 있는 것이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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