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왜터졌나-투치.후투族 앙숙 피의보복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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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르완다가 다시 1년전의 악몽으로 빠져들고 있다.
94년4월부터 3개월의 내전기간중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族은투치族 50만명을 계획적으로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지난해 7월18일 투치족이 후투족을 누르고 새정부를 출범시킨후 10개월이 지난 현재 르완다 정부군이 22일 후투족 8천여명을 학살함으로써 르완다는 『투치족이냐,후투족이냐』는 이유만으로 서로를살육하는 피의 학살극이 재연될 상황에 직면했다.
투치족 중심의 르완다애국전선(RPF)은 지난해 7월 정권을 장악한이후 대통령과 총리직에 후투족을 앉히는등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후투족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투치족 학살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3 만명의 후투족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유엔은 2월22일 탄자니아에 국제전범재판소본부를설치한데 이어 지난 6일 학살 주범 6명을 최초로 재판에 회부했다.그러나 투치족은 『재판 진행과정 이 정의(正義)를 실현시키기에 너무 미흡하다』며 『유엔이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심판을내릴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화해할 의사가 없기는 후투족도 마찬가지다.내전이 끝날 무렵 대부분 인근 국가로 탈출한 후투족 강경파들은 르완다 난민 캠프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다지는데 총력을 다해왔다.지난해 10월 르완다로 향하는 난민수가 하루 1천8백 여명까지 이르자 이들은 『귀국하면 모두 투치족에 죽임을 당한다』고 난민에게 선전,이들의 귀향을 막았다.특히 투치족에 의해 살육의 원흉으로 지탄받는 아우구스틴 비짐뭉구 前르완다 육군사령관을 비롯,후투족의 국가발전을 위한 공화주의운동( MRND)측은 지난 1월 르완다애국전선의 분견대를 공격한데 이어 후투족 난민을 완전장악하기 위해 구호요원까지 살해하기도 했다.
학살극 직후 미국과 유엔은 『만행의 즉각 중지』를 촉구하고 특사를 파견했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유엔의 활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프랑스의 지원이불가결한데,소말리아에서 큰 낭패를 겪은 미국으로 선 르완다 사태 해결의 주도권은 될수있는 한 제3국에 맡기고 싶은 눈치다.
또 프랑스는 90년부터 93년동안 후투족을 지원해왔기 때문에 투치족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朴長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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