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 영어연설 "거칠고 과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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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영어 연설이 유엔에서 화제다.
외교관 영어로는 상상도 못하는 단어와 표현을 언제 어디서나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에서 열리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회의에서도 북한 영어는 예외없이 각국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측은 『北-美 협상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Don't throw a cold water)』『남한이 코를 들이밀며 간섭하고 있다(South Korea pokes it's nose into…)』며 한국측의 기조연설에 대해 일갈(? )하고 나선 것. 북한측이 유엔 연설에서 가장 많이 단골로 사용하는 말은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We do not say empty words)』는 표현이다.한참 핏대를 올리며 갖은 극언을 다하다가 끝맺음으로 하는 말이다.『한번 한다면 한다』 는 설명까지 꼭 붙인다.한국을 공격할 때 동원되는 표현은 휴전선에서나, 유엔총회장에서나 전혀 다름이 없다.선전 스피커로 말하던 극단적인 단어들을 사전에 나오는 영어단어로만 바꾼 것이다.『용서받지 못할 반민족적 범죄행위(unpardo nable anti-national criminal act)』『괴뢰 수괴(puppet ruler)』『사악한 정치적(sinister political)』『외국에 아첨하는 반민족적 반역행위 (anti-national sycophanti c treachery)』등.
남이야 어찌 생각하든 자기네 지도층에 대한 터무니 없는 경칭역시 그대로 직역해서 공식 연설문에 거침없이 쓴다.
『우리의 존경하는 아버지 지도자(our respected fatherly leader)』『북한 최고지도자(the supreme leader of DPRK)』『불멸의 업적(immortal)』등.
한국에 대해서만 이러는게 아니다.미국정부의 핵협상태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공화당 원내총무 보브 돌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정신나간 열등인간(the utter moral inferiority of the man bereft of reason)』『통탄할 정치 무식꾼(a deplorable political ignoramus)』이라며 퍼부었다.
美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테일러소장도 비슷한 봉변을 당했다.
『학자로서의 믿음과 견해도 없는 돌대가리(block headwith no faith and view as a scholar)가 더러운 쓰레기 같은 말(loose and ugly torrent of trash)』만 쏟아낸다고 쏘아 붙였던 것이다. 이밖에도 『목졸라 죽인다』『뒤통수를 친다』등 다른나라 유엔대표들에게서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과격한 단어들이 북한대표들의 입에 붙어 다닌다.
이들의 연설에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이고 북한과 가장 가까운 사이로 남아있는 쿠바대표들까지도 고개를 흔든다.
한 외교관은 『어디서 그런 단어만을 용케 골라냈는지 궁금하다』고 북한 영어에 비아냥댔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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