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판정의 모래성’ 오늘 밤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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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이 26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쿠웨이트와 아시아 정상을 놓고 격돌한다.

김태훈(하나은행)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5일이란 이스파한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홈팀 이란을 33-24, 9점 차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쿠웨이트도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32-29, 3점 차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핸드볼은 쿠웨이트와 악연이다. 고비마다 편파 판정으로 한국을 울렸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예가 지난해 9월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남자 예선전. 한국-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은 경기에 배정됐던 제3국 심판(독일인)을 경기 당일 요르단인으로 바꿔 버렸다. 이 요르단 심판은 승부처마다 한국 선수들에게 파울과 퇴장을 남발하며 쿠웨이트의 28-20 승리를 도왔다. 이 같은 편파 판정은 AHF 회장을 맡고 있는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쿠웨이트 왕자의 사주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 대회에서 중동 심판들의 ‘지원’을 받은 쿠웨이트가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대표로 선발됐으나 한국과 일본의 이의 제기를 국제핸드볼연맹(IHF)이 받아들여 지난달 예선이 다시 치러졌다. 여기서 한국 남녀팀이 우승해 베이징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뿐이 아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6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쿠웨이트를 만났다. 이날 판정을 맡은 카타르 심판은 비상식적 판정으로 번번이 한국 공격의 맥을 끊었다.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한국과 카타르의 준결승전에 배정된 쿠웨이트 심판은 더욱 노골적으로 카타르 편을 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슛을 하기 직전이면 어김없이 3스텝 반칙을 선언했고 ‘옷깃만 스쳐도’ 한국 선수들의 반칙을 선언했다. 오죽하면 카타르핸드볼협회 부회장과 감독이 한국선수단을 방문해 “준결승 경기는 카타르의 뜻과 관계없이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돼 유감이다”고 사과했을 정도다. 결국 아시아 최강 한국은 메달을 놓쳤고, 쿠웨이트는 결승에서 카타르를 가볍게 이기고 우승했다. 한국이 쿠웨이트와의 설욕전을 기다리는 이유다.

김태훈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쿠웨이트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어느 때보다 사기가 높다”며 “기필코 승리해 쿠웨이트가 다시는 한국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대회에는 IHF가 파견한 유럽 출신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한편 이날 결승전은 SBS-TV가 오후 11시15분부터 지연 중계한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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