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반체제인사 질라스 他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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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산주의의 몰락을 정확히 예언했던 동유럽의 대표적 지성 밀로반 질라스가 20일 유고 베로그라드 시내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84세.
40년대 유고의 국부(國父)였던 티토의 측근으로 유고 공산당제 2인자 자리까지 올랐던 질라스는 제2차대전후인 50년대부터공산주의를 신랄히 비판하면서 10여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던 동유럽 제1의 반체제 인사였다.
1911년 몬테네그로의 한 농가에서 출생한 그는 베오그라드大에서 문학과 법학을 공부한뒤 33년 공산당에 입당,41년 유격대 대장으로 티토와 함께 反나치 저항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48년 스탈린이 유고를 코민포름에서 축출하자 티토이즘의이론적 대변인으로 대소(對蘇)이데올로기 투쟁에 앞장섰다.
스탈린 사후(死後)티토가 스탈린 후계자들과 화해를 위해 그에게 대소 유화정책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넣자 질라스는 54년1월공산당을 탈당,반체제인사로 변신했다.
특히 공산주의의 관료적 타락을 비판한 옥중저서『새로운 계급』(57년)과 부통령으로 재직당시 스탈린과의 만남을 기술한『스탈린과의 대화』(62년)등으로 그는 장기간 옥고를 치러야만 했다. 질라스는 또 69년 출간된『불안전한 사회』에서「고독한 사색의 결과 마르크스.레닌주의는 현실에 응용될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념으로서의 공산주의 종말을 내다봤다.
지난 91년 유고내전 위기가 높아지고 있을 때 질라스는 평화를 위한 단 하나의 희망은 연방공화국이 유지되는 길 뿐이라고 경고했으며,크로아티아의 유고연방 탈퇴가 유혈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朴長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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