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비디오>"양들의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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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6면

나는 만화의 아이디어를 얻기위해 다양한 종류의 비디오를 많이본다.특히 밤늦게까지 일하고난 뒤에는 띵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스릴러물을 자주 보는 편이다.
스릴러물은 최고의 기쁨을 주지않으면 최악의 느낌을 주는데 앤터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양들의 침묵』은 단연 압권이었다.
젊고 뚱뚱한 여자만 골라 죽인뒤 그 피부를 벗겨 옷을 만드는살인광 정신병자와 이를 쫓는 여자 FBI요원,그리고 이를 게임처럼 즐기는 정신과 의사와의 머리싸움을 그린 이 영화는 특히 주인공들의 미묘한 심리변화가 절제된 내면의 연기 로 긴박감속에펼쳐져 인상적이었다.
나는 만화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설정할때 『얘는 말론 브랜도,이놈은 미키 루크』하는 식으로 개성강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을떠올리며 구상한다.
특히 이 영화의 주연인 앤터니 홉킨스는 작품을 소화해내는 능력이 대단해 매번 작중인물과 동일시될 정도로 출중한 연기를 펼쳐 나의 좋은 연구대상이다.
여기서도 정신병환자이자 의사인 렉터 박사역을 맡아 광기어린 눈매로 열연,그가 없는 『양들의 침묵』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생각조차 갖게 했다.
자그마하면서도 다부진 조디 포스터의 의욕적인 연기도 볼만했다. 덧붙인다면 그뒤 『양들의 침묵』의 전편이라는 『레드 드래건』이 『인간 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고해 기를 쓰고 찾아빌려보았지만 이 비디오를 보면서는 도중에 잠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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