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합창단의 불협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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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러나 작곡이 제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하다 해서 아무나 작곡수준의 연주를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곡 자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혹은 연주자의 비뚤어진 자세 하나하나가 작곡자의의도와는 다른 전혀 엉뚱한 작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다른 예술과 달리 음악은 질서와 조화의 예술이며,특히 합창곡의 경우 수십.수백명의 합창자들 가운데 단 한사람이 실수를 저질러도 곡전체를 망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공연도중 고의로 음정.박자등을 무시해 물의를 빚은 인천시립합창단의 지휘자와 단원 전원이 해임된 사건은 조화와 질서가 특히중시되는 합창단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이란 점에서 반예술적 사건이라 할만하다.단원들의 주장대로 지휘자의 자질이 부족했든,들리는 소문대로 합창단 안팎의 감정적 불화가 원인이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공공적 성격을 띤 시의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그것도 많은 청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창음악의 생명인 조화와 질서를 깬 행위는 스스로 예술가이기를 포기한 것과 크게 다를바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자치시대 개막과 함께 지방예술의 활성화가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터에 인천시립합창단의 이번 사태가 다른 지방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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